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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답이다

세계는 야생 고양이와 전쟁 중

조선왕조실록에는 고양이와 관련한 일화가 심심찮게 나온다. 태종의 세자였던 양녕대군은 신하에게 '금빛 고양이'를 달라고
조르다가 거절당했다고 한다. 영조실록에는 궁궐 안을 돌아다니는 고양이 이야기도 나온다. 실록에 등장하진 않지만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 따르면, 숙종도 '애묘인'이라는 기록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고양이는 인간의 사랑을 받는 동물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들고양이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를 넘어 환경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글.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 기자

조선시대만 해도 고양이는 집 울타리 밖을 나가진 않은 듯하다. 쥐를 잡는 목적으로 사람과 가깝게 지냈다. 당시만 해도 맹수가 많았기에 고양이가 야생에서 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고양이가 집 울타리를 벗어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이때부터 고양이의 '계급'도 생겼다. 환경부는 고양이를 집고양이, 길고양이(배회고양이), 들고양이로 나눈다. 집을 나간 고양이는 길고양이가 된다. 길고양이는 들고양이로 신세가 바뀌기도 한다. 애묘인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들고양이는 더 이상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 아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00년 고양이를 ‘100대 치명적 침입 외래종’(100 of the World's Worst Invasive Alien Species)으로 지정했다. 2013년 개정판에선 38번째로 위험한 동물에 이름을 올렸다. 100대 외래종 중 포유류는 14종에 불과하다. 고양이는 뉴트리아, 쥐, 족제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IUCN의 설명에 따르면 고양이는 섬과 같은 고립된 공간에서 치명적인 포식자로 군림한다. 조류, 양서·파충류, 작은 포유류 등이 먹잇감이다. 사냥 행태도 남다르다. 잡은 동물의 일부만 먹고, 나머지는 남겨둔다. 재미삼아 사냥을 한다는 의미다. 한 연구에 의하면 들고양이는 사냥한 먹이의 28%만 먹는다.

호주는 이미 '고양이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호주 정부는 내년까지 들고양이 200만 마리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호주에는 최대 600만 마리의 들고양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에서 살고 있던 20여 종의 포유류가 고양이의 먹잇감으로 전락해 멸종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의 야생에서도 들고양이는 포식자로 올라선 지 오래다. 환경부가 2000년대 초반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들고양이의 배설물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게 동물(41%)이었다. 들쥐, 다람쥐, 꿩, 참새, 비둘기 등의 잔해가 배설물에서 나왔다. 동물 외에는 음식물(21%)과 야생식물(12%)이 나왔다. 국립공원은 들고양이의 대표적인 서식지다. 국립공원 내에 322마리의 들고양이가 살고 있다. 북한산에만 103마리의 들고양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산의 들고양이는 이미 등산객들에게 익숙한 존재다. 지리산과 한려해상에도 각각 32마리, 30마리의 들고양이가 살고 있다.

정부는 최근 5년 동안 들고양이 324마리의 생식 기능을 없앴다. 정소와 난소를 제거하는 방식(TNR)으로 중성화를 진행했는데, 올해 8월부터 정관과 자궁의 통로를 차단하는 방식(TVHR)으로 바뀌었다. 생식 본능을 유지하되 기능만 사라지게 하는 방식이다. '동물 복지'까지 감안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읽힌다.
들고양이의 숫자를 제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카드는 '새보호목도리'다. 새보호목도리는 원색의 천으로 만들었다. 고양이의 목에 부착해 조류가 고양이의 접근을 잘 알 수 있게 한다. 미국 세인트 로렌스대학의 연구에선 새보호목도리를 찬 고양이의 사냥률이 87%까지 줄었다. 한국에서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선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들고양이가 야생의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환경부는 최소한 한 가지만 지켜달라고 당부한다. “들고양이에게 음식물을 주지 마세요”

※ 이 기사의 내용은 한국환경공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