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야 할 ‘환경’ 키워드
여름 편

바다사막화·컨셔스패션·에코크래프트·어스아워

자연 가까이 환경 트렌드 백서
글. 함유진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 지향적 세대가 환경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환경이슈가 어느새 일상의 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빠른 트렌드 속에서도 부각되는 오늘날의 환경 키워드를 살펴보고, 삶 속 환경감수성을 높여보자.

컨셔스패션 :
지속가능성을 위한 선택

Y2K, 올드머니, 발레코어 등 눈 깜빡할 사이 바뀌는 의류 트렌드를 따라잡기 벅찰 정도로, 패스트패션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유행을 좇는 노력은 대량의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는 점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패션의 회전율만큼 옷의 수명도 짧아지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 세계에서 수억 장의 의류가 버려진다. 특히 화학섬유는 자연분해에 수백 년이 걸리며, 소각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 한국화학섬유협회에 따르면, 전체 섬유 생산량 중 화학섬유가 72%를 차지하는 만큼 폐의류로 인한 환경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컨셔스패션’이다. 천연 섬유나 재활용 소재로 옷을 만들거나, 폐의류를 가공해 업사이클링하는 등 생산 전 과정에 환경을 고려한 고민이 담긴 패션이다. ‘컨셔스패션’은 단순한 스타일을 넘어, 지구를 생각하는 선택이자 책임 있는 소비의 시작이다. 지속가능한 아름다움은 유행이 아닌,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바다사막화 :
죽어가는 바다의 경고

물로 가득 찬 바다가 어떻게 사막이 될 수 있을까? 이는 바닷속에 녹아 있던 탄산칼슘, 즉 석회 가루가 해저 바위나 해양생물 표면에 달라붙어 하얗게 변하는 ‘갯녹음현상’을 뜻한다. ‘바다사막화’가 진행되면 탄산칼슘이 물에 녹지 않고 해저에 쌓여 딱딱한 층을 형성한다. 이로 인해 해조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해조류를 먹이로 삼는 생물들이 줄어들면서 상위 포식자까지 영향을 받는다. 결국 해양생태계 전반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청정 바다를 되살리기 위해 ‘바다숲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석회조류를 제거하고, 어린 해조류를 심거나 포자를 방출해 해조 군락의 기반을 조성하는 작업이 꾸준히 진행 중이다. 또한, 세계 최초로 ‘바다식목일’(5월 10일)을 제정해 범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바다사막화’는 환경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실천뿐 아니라, 일상에서 일회용품 줄이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의 생활실천 또한 도움이 된다. 작은 행동으로 바다의 건강을 되살리는 일에 동참해 보자.

에코크래프트 :
손끝으로 만드는 녹색 감성

‘에코크래프트(Eco-Craft)’는 ‘환경(Ecology)’과 ‘공예(Craft)’의 합성어로, 재생종이로 만든 크래프트 밴드를 엮어 생활 소품, 인테리어 제품, 예술 작품으로 재창조하는 친환경 공예다. 종이박스나 우유팩 등을 재활용한 100% 재생지에 색을 입혀서 만든 종이 줄은 단단하면서도 가볍고, 이를 하나하나 엮어가는 과정은 마치 손끝으로 환경을 지키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에코크래프트’의 장점은 초심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드를 이용해 후처리하기 때문에 잘못 붙였더라도 열을 가해 본드를 녹여내면 깔끔하게 떼어내 다시 작업할 수 있다. 또한, 본드가 마르면 단단해져 약간의 습기에는 쉽게 변형되지 않으며 제품의 수명도 길다. ‘에코크래프트’는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자원순환과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최근에는 ‘지구를 위한 취미’로 주목받아 지역 공방이나 체험키트를 통해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작은 공예품 하나를 만드는 일에 담긴 친환경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버려질 뻔한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 그것이 바로 ‘에코크래프트’의 시작이다.

어스아워 :
불을 끄고 지구를 켜는 시간

빛의 발견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로 꼽힌다. 주변을 인식하기 어려운 어둠은 두려움을 동반해 왔고, 인간에게 어둠은 늘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러나 나 자신이 아닌 지구를 위해서라도, 안정과 편리함을 주는 빛을 잠시 떠나 어둠과 친숙해지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져보는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어스아워(Earth Hour)’는 환경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하는 ‘1시간 소등 캠페인’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주도해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지금도 매년 지속되고 있다. 매년 3월 마지막 토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불필요한 전등과 조명을 끄는 이 실천은 전력낭비와 빛 공해를 줄이고, 탄소배출까지 절감할 수 있는 뜻깊은 친환경 행동이다.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스아워’는 진입장벽이 낮은 생활 실천으로 더욱 의미 있다. 핸드폰 일정표에 미리 메모해 두고, 1시간의 소등 속에서 지구를 떠올려 보자. 세계가 하나 되어 환경을 생각하는 이 작은 실천들이 쌓일 때, 우리는 다시 푸른 지구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