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스트레스에 맞서는
새로운 흐름,
워터 포지티브

자연 가까이 Column
글. 박지영(파이낸셜뉴스 경제부 기자)

연평균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에서 물의 수요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물 스트레스’ 지수. 기후변화로 강수량 불균형과 이상고온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물 위기’는 이제 국가를 넘어 전 세계로 현실화되고 있다.
* 이 기사의 내용은 한국환경공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 물 스트레스 수준 ‘심각’

앞서 2021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한국의 물 스트레스 수준을 85.52%, ‘심각’ 단계로 평가했다. 한국은 세계 평균보다 1.6배나 많은 비가 내리지만, 인구 1인당으로 환산하면 그 양은 세계 평균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지형적 특성상 유역면적이 작고 국토의 63%가 산악지형으로 경사가 급해 많은 양의 비가 짧은 시간 동안 유출돼 물 관리가 어렵다. 강수의 대부분이 여름철 특정 시기에 집중되고, 지역 간 편차가 크다는 구조적 특성으로 한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다.
물 스트레스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다. 보건과 위생은 물론, 전력·수도·식량·산업·안보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다. 특히 전력 생산, 반도체 제조, 데이터센터 운영 등 물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몰린 한국 경제의 구조상 물 부족은 곧 산업 리스크로 직결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물 스트레스를 체감하기 힘들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평균 물 사용량은 192L에 달했다. 이는 OECD 주요 국가 중 2위인데, 그야말로 물 걱정 없이 펑펑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수자원을 ‘있는 대로’ 쓰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앞서 세계경제포럼은 2020년 글로벌 리스크 영향력 측면에서 ‘물 위기’를 5위로 선정한 만큼 대비책이 필요한 때다.

싱가포르, ‘뉴워터’ 물 재활용 성공

현재 성공적인 수자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받는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였다. 자체적으로 강이나 호수 등 수자원이 부족한 것은 물론 토지 면적도 좁아 지층의 특징상 충분한 양의 물을 보유하기에 불리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수자원 시스템 재활용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연구에 매진해 획기적인 물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 현재 수자원 재활용 선진국으로 급부상했다. 하수를 정화해 새로운 수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뉴워터’는 고도 정화된 하수 재처리수를 말하는데, 현재 싱가포르 수돗물의 상당 부분은 이 ‘뉴워터’에서 나온다.

워터 포지티브에 주목하는 이유

최근 이처럼 물 순환 생태계 전반을 되살리는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워터 포지티브’는 기업과 사회가 쓴 물보다 더 많은 물을 자연에 되돌리는 전략이다. 기존의 물 관리가 절약과 감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정화하고, 재생하고, 순환시키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데이터센터의 냉각수 소비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냉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물 대신 공기를 이용해 온도를 낮추거나 절연성 액체를 활용하는 냉각 방식 등을 연구 중이다. 구글은 2022년 완공한 사옥 ‘베이뷰 캠퍼스’ 옆 호수에 빗물을 저장하고 정화시설을 거쳐 재사용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 공동 노력이 시작됐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를 중심으로 ‘워터 포지티브 협력체’를 구성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협력 플랫폼은 산업계 전반에 걸친 물 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물 부족 문제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워터 포지티브’와 같이 물의 재활용에 대해 고민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때다.

싱가포르 ‘뉴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