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FLOW8’ 멤버들이 올랐다. 각자 악기를 조율하며 눈빛을 주고받는 사이, 밴드 마스터인 이두민 차장이 신호를 보냈다. 그 순간 연주가 시작되었고, 보컬의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며 울려 퍼졌다.
무대에 선 멤버들은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개성 넘치는 뮤지션으로 빛났다. 2024년에 결성된 ‘FLOW8’은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 모든 시름과 스트레스를 씻어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밴드 결성 배경에
대해 회장인 이두민 차장이 설명했다.
“2012년, 본사의 밴드 동호회 ‘에코뮤직스’에서 활동하며 음악의 즐거움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2017년 부울경본부로 발령을 받아 오면서 밴드 활동과는 거리를 두게 되었죠. 이후 국가물산업클러스터로 발령을
받았는데, 문득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처럼 이곳에서도 즐거운 밴드 생활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홍보전시관 리뉴얼 행사를 앞두고 다시 밴드를 시작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지난해 5월, 초여름의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김혜민 대리에게 이두민 차장이 “혹시 피아노 쳐보신 적 있으세요?”라고 건넨 한마디가 ‘FLOW8’의 시작이었다. 김혜민 대리가 당시를 떠올렸다.
“피아노는 초등학교 때 잠깐 배운 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이두민 차장님이 계속 ‘피아노 한번 쳐보자’며 진심을 담아 설득하셨고, 그 마음에 점점 마음이 움직였죠. ‘안 되면 레슨이라도 받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웃음). 처음에는 저와 이두민 차장님, 딱 두 명으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주위 동료들에게 ‘우리 밴드 한번 해보자’라며 설득을 이어갔어요.”
멤버를 찾기 위한 두 사람의 애달픈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덕분에 하나둘 멤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밴드 활동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포스터 문구는 ‘나도 공연해본 사람이야’였다. 낯설지만 설레는 무대에 오르고 싶은
마음, 함께 음악을 나누고 싶은 진심을 담았다.
‘FLOW8’은 여름을 지나며 점차 팀을 갖춰갔다. 지난해 7월, 신입 직원들이 합류하며 마침내 ‘완전체’가 되었고, 이들의 첫 무대는 이두민 차장의 계획대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홍보전시관 리뉴얼을 축하하는 행사로
정해졌다. 회원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주 1~2회 연습을 이어갔으며, 공연을 앞둔 2주간은 점심시간과 퇴근 후 매일 모여 연습에 매진했다. 물산업자원부 류상준 대리가 첫 공연에 대해 소회했다.
“그때 그 현장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당시 이사장님께서 관람해 주셔서 긴장감이 더욱 컸습니다. 처음 서는 무대라 가사를 잊어버리면 어쩌나 걱정도 많았지만, 꾸준한 연습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잘했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어서 부담감이 없진 않지만, 연습이 답이라는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두민 차장은 “공연 중 진행했던 ‘십 원의 행복’ 이벤트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관객들이 10원씩 송금하며 ‘공연 감동이에요’ 같은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이벤트였는데, 임직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약
60만 원이 모금됐다. 덕분에 멤버들은 1박 2일간의 워크숍을 열어 서로를 더욱 깊이 알아가고, 끈끈한 팀워크를 다지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본사의 ‘공감소통’ 행사 무대에 오르며 ‘FLOW8’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을 떠난 후 처음으로 서는 무대였기에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현승미 대리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왕복 10시간에 달하는 먼 길이었습니다. 다 함께 봉고차를 타고 점심식사를 하러 이동할 때는 마치 인력시장에 출근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웃음). 본사 밴드 연습실을 대여해 구경하는 신기한 경험도
했습니다. 정신이 없던 와중에 김혜민 대리님이 평소 쓰시던 건반을 못 알아본 일로 모두 크게 웃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힘들었지만 2024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음악은 멤버들에게 삶의 활력소이자 소중한 쉼표 같은 존재다. 직장이라는 동일한 공간 안에서 나이와 직급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소통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음악은 특별한 의미를 더해간다.
점심시간마다 함께 웃고 떠들며 연습하는 즐거움, 공연 후에는 서로의 실수를 이야기하며 웃음을 나누는 소소한 기쁨이 쌓이면서, 음악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동시에 멤버들을 더욱 단단하게 연결하는 따뜻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FLOW8’ 멤버들은 “의견 충돌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분위기가 우리 밴드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김혜민 대리는 밴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악기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함께 변했다고 전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직장인 밴드를 보면서 막연히 ‘나도 저런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지, 실제로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음악은 끼가 있거나 전공한 사람들, 혹은 시간이
많은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했죠. 특히 저는 아이도 키우고 있어서 더더욱 그렇게 느꼈고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가능하더라고요. 점심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연습하다 보니 동료들과 더 가까워졌고, 회사에 대한 애정도
커졌어요. 언젠가 팀원들과 함께 버스킹을 해보고 싶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음악이 제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현재 ‘FLOW8’에는 총 21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오는 7월에는 신입사원 입사 축하공연, 10월에는 대구 동성로 거리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활활 타오르는
‘FLOW8’. 무대에 오를 때마다 ‘새로운 나’로 탈바꿈한다는 이들의 멋진 음악 여정을 앞으로도 기대해 본다.
밴드 구성원들이 원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자연스럽고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과 뜻깊은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 시간이 흐른 뒤 모두가 미소 지으며 회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밴드에 가입하고 싶지만 노래도 못하고, 악기도 못 친다고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저는 주저 없이 ‘그냥 해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인생은 한 번뿐이잖아요. 하고 싶은 건 해보고 살아야죠. 중요한 건 실력이 아니라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부족해도 괜찮아요.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