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클래스

환경에도 이로운 향기 디톡스
아로마 모빌 만들기 클래스

  • 꽃, 나뭇잎 등 식물에서 추출한 휘발성 기름인 아로마 오일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향기를 통해 심신을 돌보는 ‘향기 치료’를 위해 쓰일 뿐만 아니라 벌레 퇴치제이자 천연 향수로서 환경에도 이롭기 때문이다. 자연의 향이 가득했던 아로마 모빌 만들기 클래스 현장을 담았다.

    writer. 이수정   photo. 황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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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선물한 향, 아로마 오일

공방 문을 열자 무더운 바깥공기를 뚫고 진한 향기가 한가득 번져왔다. 아로마 향이 식물에서 추출한 향이라고 하여 순하고 부드러울 거라는 예상은 오산이다. 아로마 향은 100% 농축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다소 자극적이고 이질적이라 느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공방을 방문한 한국환경공단 5명의 직원들은 거부감 없이 향기에 빠져든 모습이다. 몸과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오묘한 아로마 향에 한여름의 더위도, 금요일 오후의 노곤함도 사라진 듯했다. 이날 클래스는 조각 비누에 아로마 오일을 섞어 모빌을 만드는 수업이다. 공방 창가에 놓인 아로마 모빌이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났다.
향으로 심신을 돌보는 아로마테라피는 역사가 깊다. 기록으로는 기원전 1,500년 전, 식물을 이용한 치료법 850가지가 담긴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문헌에서부터 시작된다. 한동안 미신으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현대의학에서는 대체보완요법의 하나로 아로마테라피를 활용하고 있다. 주로 요가나 명상 등 이완이 필요한 수련에 사용된다고 한다.
아로마 향은 보조제와 첨가물이 다량 들어가는 인공향과 달리 오로지 천연의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또 시중에서 사용되는 많은 향들이 동물성 향료를 기초로 하는 데에 비해 꽃과 풀 등 식물만을 사용해 추출하기 때문에 자연적이다. 방향제, 살충제 등에 들어가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의 경우, 대기 중의 햇빛과 반응해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히는데, 아로마 오일 중 하나인 시트로넬라 성분은 화학물질 없이도 벌레를 퇴치하는 효과가 있다. 오늘 만들기로 한 아로마 모빌은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용기 없이 큐브 몇 개만으로 공간에 향기를 가득 채운다. 몸과 마음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보탬이 되는 셈이다.

코끝에 낯선 향기가 맺힐 때

선생님이 모빌을 만드는 데 사용할 비누 조각을 녹이는 동안 직원들은 오늘 사용할 아로마 향을 시향했다. 아로마 오일의 원액은 향이 무척 강하기 때문에 뚜껑에 묻은 향을 맡거나, 시향지에 오일을 덜어서 맡아야 안전하다. 라벤더, 라임, 페퍼민트 같은 익숙한 향부터 유칼립투스, 베르가모트 등 생소한 향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시향을 마친 직원들은 선생님이 나눠준 종이에 자신이 맡은 향의 이름과 특징을 기재했다. 같은 향이라도 향은 맡는 사람의 컨디션과 기분, 계절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향기가 달라지는데 이를 기억하기 위함이다. 시트러스 향을 좋아하는 이윤찬 대리는 볼펜을 꼭 쥐고선 시향한 향의 첫 향과 끝 향을 구분해 꼼꼼히 기록했다. “처음으로 후각에 집중해 제 선호를 체크해보니까 재밌어요. 제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향에 대해 정리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맞은편에 앉은 이승경 주임은 라임과 베르가모트를 합친 향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평화롭고 자연에 온 듯한 향이 나요”라며 발향이 더 잘 퍼지도록 시향지를 흔들었다. 단연 인기였던 향은 자몽이다. 달콤 쌉싸름한 과일향에 5명의 얼굴에 싱그러운 미소가 비쳤다.

아로마 향을 통해 가까워진 자연

시향을 마친 후 각자 조각 비누에 들어갈 색깔을 골라 녹여둔 비누액에 식용색소를 한 방울 정도 소량 떨어뜨렸다. “색이 균일해지기 위해선 꼼꼼히 저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이때 에탄올을 뿌리면 휘저어서 생긴 비누 거품을 없앨 수 있어요.”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직원들도 막대로 비누액을 열심히 저었다. 이후 색을 입힌 비누액에 두 가지 아로마 오일을 각각 15방울씩 떨어뜨린 후 다시 저어줬다. 이렇게 만든 비누액은 식는 과정에서 향의 지속력과 발향력이 높아진다. 충분히 식힌 비누액을 준비된 사각 몰드에 1/2 정도 부었다. 비누 큐브를 반듯하게 굳히기 위해서는 40분 정도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직원들은 조각 비누가 굳는 동안 발사믹, 레몬그라스, 제라늄, 캠퍼 등 좀 더 이색적인 향기를 시향했다. “콕콕 쏘는 것 같아요”, “꼬리꼬리 해요”, “매운 냄새가 나요” 이전보다 자연에 가까운 원색적인 향이라 그런지 반응도 다채로웠다. 이윤찬 대리는 점점 질문이 많아졌다. 어떻게 아로마 오일을 추출하는지, 추출 방식에 따라 가격이나 향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 궁금증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선생님은 스팀 증류, 압착법 등을 통해 추출되는 아로마 오일의 생산 방식과 함께 향마다 갖는 특징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대여섯 개의 향을 연속으로 맡고 나니 다들 조금은 피곤한 기색이다. “냄새가 안 느껴져요. 코가 마비된 것 같아요”라는 이현주 주임의 외침에 직원들 모두 웃음이 터졌다.

  • 향기가 만들어낼 앞으로의 이야기

    향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비누액이 단단히 굳었다. 고무 몰드를 매만져 뒤집으니 투명한 수채화 빛의 비누가 하나둘 탄생했다. 향기로운 색색의 조각 비누가 어느새 책상 위에 가득하다. 이제 완성한 비누에 꼬치로 구멍을 뚫어 마끈만 끼우면 완성이다.
    “청량한 분위기가 들어요, 너무 예쁜데요!” 연한 파란색과 핑크색을 조합해 여름의 빛깔을 담은 한유정 주임의 모빌을 보고 주위에선 탄성이 터졌다. 향도 레몬과 자몽 향을 담아 싱그럽다. 노랑과 진한 핑크를 조합해 모빌에 상큼한 분위기를 담은 김민지 주임은 “남은 조각 비누를 가져가 집에서 만들어볼 생각이에요”라며 새로운 모빌 모양을 시도해본다. 대각선으로 조각 비누를 잡고 구멍을 내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단정한 육면체 비누들이 가지런히 줄에 달리자 공예품과 같은 조형미가 돋보인다. 집, 사무실, 화장실, 차량 등에 달렸을 땐 또 어떤 풍경을 선사할까. 새로운 공간에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다독여 줄 향기로운 존재를 가지고 직원들은 집으로 향했다. 어떤 일이든 끝난 뒤에는 이야기가 남는다. 자신만의 취향을 담아 완성한 5개의 아로마 모빌에 앞으로 어떤 추억이 담길지 기대된다.

아로마 모빌 만들기, 어땠나요?

  • 이윤찬 대리 같은 부서 직원들에게 선물해주려고 아로마 모빌을 길게 만들었어요. 아로마 모빌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알게 되어서 유익했어요. 동료 직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 이승경 주임 좋아하는 향을 골라 직접 비누를 만든다는 게 무척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 만든 아로마 모빌은 사용하다가 향이 사라지면 비누로 쓰려고 해요.

  • 이현주 주임 평소 재스민 향을 좋아하는데 그 향에 어울리게 진하지 않은 색깔로 맑은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 나온 것 같아 뿌듯해요. 제 방 창가에 두고 은은한 향을 즐기려고요.

  • 한유정 주임 원데이 클래스를 좋아해서 여러 가지 수업을 들어봤는데 이번만큼 자연을 가까이서 느낀 수업은 처음이에요. 선생님이 아로마 향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무척 유익하고 재밌었습니다.

  • 김민지 주임 다른 부서 신입사원분들과 얘기 나눌 시간이 없었는데, 동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번 기회로 향과 관련해 새로운 추억이 생긴 것 같아서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