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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플러스

일렁이는 수면 위를 떠다니듯,
물 속을 유영하듯 세상을 투영하다

물의 화가, 서승연

서승연 작가의 캔버스 속 작품들은 대개 수면 위로 비치는 풍경을 보는 듯하다. 잔잔히 사방으로 퍼져가는 물결과 그 위에
흔들리는 사물의 모습을 캔버스에 그대로 옮겨냈다. 건물도 하늘도 수면처럼 일렁이는 듯하다. 그래서 물이 전혀 배제된
작품 속에서조차 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화단에서 그를 ‘물의 화가’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정리. 편집실 / 사진 제공. 쉐마미술관

Life19-20, 116.7x62.5cm, Acrylic on Canvas, 2019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서승연 작가는 주로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다. 단체전 160여 회, 개인전 27회 등을 개최하며 최근 10년간 가장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화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화단에서도 ‘물의 화가’로 부르며 그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주로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이지만 기존 풍경화의 틀을 벗어나 있다. 특히 고유색채가 아닌 작가의 감성을 담아 새로운 색채와 이미지를 창조해 이미지의 다양성을 작품에서 선보이고 있다. 작가 스스로도 “색채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근원적인 생명의 힘과 에너지의 분출을 표현했다”며 자신의 화풍을 설명한다. 그의 작품은 한 여름의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강렬하기도 하지만 물속을 유영하는 것 같은 시원함을 주기도 하다. 물의 특성인 물결의 움직임, 수면 파장 등을 화법에 적극적으로 차용한 효과이다. 물로 풍경과 화면을 통합시키는 화가로서 물에 대한 철학과 생각을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찍이 그리스의 철학자 텔레스는 ‘물을 만물의 근원’으로 여기고 자연의 이치를 물로 설명하였다. 물은 풍요와 생명력의 원리이며 청정한 정화력을 지니고 있으며 물의 순환은 재탄생을 의미한다. 물의 심상은 자연과 세계, 인생의 섭리 그리고 가장 자유롭고 유연한 순리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나의 작업은 만물의 근원인 물방울을 통하여 성장과 소멸, 재탄생의 순환과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 글은 서승연 작가 노트에 적혀 있는 글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내용인 즉 모든 사물이 물에서 태어났듯이 그의 작품의 모든 이미지들도 물에서 비롯되었고 그러한 근원에 따라 자신의 화면 이미지들이 태어나고 지워지고 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특히 표현 방법과 기법에서 볼 수 있는 주관적인 표현주의 화풍으로서의 대담한 색채와 독특한 이미지의 조형 언어들에서 볼 수 있듯이 생명력의 근원으로서의 ‘물’이 지닌 생명의 힘은 그의 화면에서 강렬한 에너지 표출로 충만해 있음을 볼 수 있다. 화단에서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인정한 서승연 화가의 작품 세계.
물(水)과 물(物)의 철학적 가치를 그의 화면에 잘 스며들게 하여 더욱 더 새롭고 창의적인 작품으로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Life18-14, 72.7x116.7cm, Acrylic on Canvas, 2018

Life18-07, 53.0x162.0cm, Acrylic on Canvas,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