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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배움, 그린 채움

폐의류를 활용한 나만의 양말 인형과 쿠션 만들기!

생활 속 작은 실천, 업사이클링 공예

또 한번의 계절이 바뀌는 중이다. 옷장을 열고 계절의 묵은 떼를 털어 낼 때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철 지난 옷들을
정리하고 나면 버려야 할 옷들이 꼭 한두 가지씩 생기게 마련이다. 버리기 아깝다고 걸어둬 봐야 자리만 차지할 뿐이다.
새롭게 활용할 방도는 없을까? 헌 양말과 헌 옷을 활용한 인형과 쿠션 만들기! 생활 속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는 업사이클링의 세계로 함께 떠나보자.

글. 엄용선 / 사진. 김재룡

이 구역의 업사이클링! 우리가 책임진다

5월 중순, 서울 서촌의 고즈넉한 골목으로 한 무리 발걸음이 당도한다. 오늘은 헌 양말과 헌 옷을 활용한 나만의 인형과 쿠션 만들기가 있는 날, 체험을 위해 한국환경공단 다섯 명의직원이 청운동에 위치한 세이지디자인(김자연 강사)을 찾았다.
평소 만들기에 관심이 많다는 송보미 과장(토양지하수처 토양지하수계획부), ‘한 번 해보지 않겠냐’는 그녀의 제안에 권정민 대리(하수도처 물산업진흥부)와 강희경 대리(생활환경안전처 석면환경안전부)가 흔쾌히 합류하였다. 세 사람은 사내 DIY 동호회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고. “스스로 만들고 생산하는 DIY와 업사이클링은 비슷한 점이 많은 거 같아요. 오늘 잘 배워서 저희 동호회 활동에도 활용해 보려고 합니다.” 반면 업사이클링에 대해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는 김민경 사원(수생태시설처 비점저감시설검사부)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으로 완성된 나만의 제품은 더욱 애착이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내었다. 청일점 김일영 대리(물환경관리처 수질관제부)은 오늘 체험을 통해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을 위한 멋진 장난감을 만들 예정이다.

업사이클링, 무한한 가능성의 미학

버려진 제품의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디자인을 가미, 새로운 가치로 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의 세계. 오늘 체험 참가자들은 세이지디자인 김자연 강사의 지도 아래 헌 양말과 헌 옷을 활용한 나만의 인형과 쿠션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여러분 앞에 있는 테이블도 업사이클링 제품입니다. 길 가다 주운 합판에 코팅을 입혀 테이블 상판으로, 다리는 플라스틱 우유박스를 쌓아 활용했습니다." 벌써 9년째 쓰고 있다는 업사이클링 테이블, 세상 튼튼한 것은 물론 태생이 폐품인 덕에 행여나 기스가 나도 전혀 상관이 없다. 하여 작업대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는 김자연 강사. "업사이클링은 한마디로 쓰레기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환경 문제가 심각한 요즘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업사이클링을 통해 그것을 일부 도움을 줄 수도 있겠죠."

아이디어를 통한 가치 업그레이드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니 비포(Before)를 전혀
짐작하기 어려운 제품의 면면에 절로 감탄이
인다. 이때 중요한 것은 폐소재의 특성을
잘 간파해 제품 제작에 적용하는 것이다.

디자인 업! 사이클링

본격적인 체험의 시간이 왔다. 폐의류를 활용한 양말인형과 쿠션 만들기는 오늘 체험이 끝난 후 가져가는 기념품이기도 하니 ‘으쌰으쌰’ 예쁘게 잘 만들자는 포부가 넘친다. 참가자들은 양말팀과 쿠션팀으로 나뉜다. 먼저 송보미 과장, 권정미 대리, 김일영 대리로 구성된 양말인형 팀을 위한 자투리 양말들이 제공된다. 발목이 없는 양말, 발가락이 없는 양말, 짝이 없는 양말 등등. 형형색색 자투리들이 자루 안에 가득하다. 김민경 사원과 강희경 대리는 헌 옷을 활용한 쿠션을 만들기로 한다.
이를 위해 미리 집에서 버리는 옷가지 하나씩 챙겨온 참이다. 민무늬 주황 티셔츠를 챙겨온 강희경 대리, 김민경 사원은 은은한 체크가 있는 회색 재킷을 꺼낸다. 재킷으로 쿠션이라니… 평범치 않은 재료에 난감함이 앞서지만 ‘잘 만들면 예쁠 것 같다’는 동료들의 격려에 우선 만들기를 시작해 본다.
“우선 어떤 모양을 할 것인가 먼저 머릿속으로 디자인을 그려보세요. 창작의 세계에 정답은 없습니다. 자유롭고 재미있게 이 시간을 즐기세요.” 강사님의 격려 아래 작업을 시작하는 두 팀. 그러나 그 어떤 도안 없이 오로지 스스로의 창의력에 의존할 수밖에 작업은 결코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기존 강사님의 작업물을 참고 삼아 이래저래 디자인을 구상해 보는 고민의 시간이 깊어 간다.

정성과 의미가 깃든 나만의 양말인형

구상은 끝났다. 이제 실전만이 존재할 뿐! 각자의 머릿속 그림들을 스스로 구현해 보는 시간, 과정에서 어려움은 강사님 찬스를 써보지만 각자의 창의성을 최대한 이끌어보려는 강사님은 그저 작은 팁만 줄 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점점 어려움을 느끼는 참가자들, 그러나 이기지 못할 난관은 아니니 생각하고 구현하는 과정에 의외의 재미와 희열을 느낀다.
“이쪽을 막을 때는 박음질로 해요? 감침질로 해요?”
“오늘 집에는 갈 수 있는 건가?”
생각보다 더딘 진도에 집에 두고 온 아이들 걱정이 앞서는 송보미 과장, 하지만 한 번 시작한 바느질을 멈출 수는 없다. 오늘 이 양말인형도 5살, 7살 두 자녀를 위한 것. 인형을 받고 좋아할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절로 힘이 난다.
"인형의 눈을 달고 싶은데 단추 있나요?
제법 진도가 빠른 그녀가 마지막 화룡정점을 위해 단추를 고른다. 일부러 짝이 안 맞는 단추는 그녀의 의도다. 해외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불안정한 모양의 인형을 갖고 놀게 한다고.

권정민 대리는 다리가 하나 달린 외계인 모형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마우스 손목 패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실생활에 활용 가능한 실용성 위주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특유의 꼼꼼함으로 섬세한 바느질을 이어나가는 김일영 대리, 복잡한 디자인도 황금손의 재주라면 식은 죽 먹기다. 갈퀴모양의 지느러미도 포인트로 손색없는 인형이 완성되고 있다. 다만 이렇게 잘(!) 만들었는데 강아지 장난감이라니. 하루가 채 못 갈 것 같다는 허무함은 모두가 공감하는 ‘웃음’ 포인트다.

헌 옷의 변신, 희귀템 쿠션

민무늬 주황 티셔츠를 들고 온 강희경 대리는 아까부터 천을 그렇게 꼬아대고 있다. 자세히 보니 셔츠의 팔 부분을 꼬아 쿠션의 장식을 완성하는 중이다. 본인은 최소한의 바느질을 위한 꼼수라지만 특이한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는 묘수라는 강사님의 칭찬에 '오~' 동료들의 환호가 빗발친다. 마지막으로 김민경 사원은 쿠션을 만들기에는 다소 난해한 재킷을 들고 온 탓에 오늘 제일 고민이 컸다. 이리 구현하저리 대보아도 도저히 답이 안 나오던 상황, 이럴 때 강사님의 팁은 가뭄의 단비이니 힘겹게 완성한 결과물을 안고 뿌듯함을 만끽한다. “이렇게 한 번 해봤으니 다음 번엔 더 잘 할 수 있겠죠?”
생활 속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 보는 업사이클링 공예. 절대 정답을 주지 않고 스스로 생각 하게 하는 김자연 강사의 체험 방식에 다소 어려움을 느낀 것도 사실이나 그렇다고 그 재미가 반감된 것은 아니었다. 디자인의 구현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을 때 옆자리 동료는 큰 힘이 된다. 그 난관을 넘어 완성된 제품을 손에 드니 문득 희열감도 느껴진다는 김일영 대리. 김민경 사원은 비록 하루의 체험이지만 이 경험을 양분 삼아 일상생활에서의 업사이클링을 꾸준히 고민해 보겠다 다짐한다. ‘하하 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던 시간 속에 보람찬 하루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