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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스터디

DMZ에서 생명의 선으로 ‘독일 그뤼네스반트’

남북한 평화 무드를 타고,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았기에,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신비한 그곳. 통일 후 DMZ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할까? 독일의 그뤼네스반트(Grünes Band) 사례를 보며, 우리의 미래를 준비해본다

글. 김미경

동서독 국경을 따라 형성된 독일의 그뤼네스반트

5,300여 종의 동식물이 공존하는 ‘녹색 띠’

냉전시대, 옛 동독과 서독은 ‘철의 장막’으로 구분되었다. 총 길이 1,400km, 폭은 최소 50m에서 최대 200m인 그곳은 지뢰와 철조망 등으로 가득한 죽음의 선이기도 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면서, 이 죽음의 선은 평화의 상징이자 생태의 보고인 ‘녹색 선’으로 탈바꿈했다. 바로 그뤼네스반트다.
그뤼네스반트란 독일 말로 ‘녹색 띠’를 뜻한다.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자연보호구역이 된 이곳은 수십 년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덕에 고스란히 자연의 한 부분이 됐다. 숲, 초지, 강, 호수, 덤불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곳은 면적의 85%, 길이의 80% 이상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동식물 5,300여 종이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109가지의 다양한 동물의 서식지가 있으며, 이 중 48%는 독일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서식지이다.

자연은 물론 전쟁의 아픔이 살아있는 기념물

그뤼네스반트가 이처럼 희망의 땅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시민들의 힘이 컸다.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BUND)는 철의 장막을 ‘생태 축’으로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별 분트 지부의 조직과 활동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 더해 독일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졌다.
하지만 단순히 생태의 보고에 머무르진 않는다. 생태계와 문화역사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 독일 통일의 기념비적인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하고 자연보존적인 관광업을 시행 중이다. 포린트알파 박물관 등 50여 개 박물관이 들어서 전쟁과 분단을 잊지 말자는 교훈을 전하고 있으며, 걷는 길과 자전거길을 조성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게 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절충하고, 아픈 역사를 그저 덮으려고만 하지 않은 채 교훈으로 남긴 그뤼네스반트. 70여 년간 ‘철의 장막’을 사이에 두고 있는 한반도에 큰귀감을 주는 생명의 선이다.

독일 환경단체 ‘BUND’의 회원들

www.bund.net ⓒ Klaus Leid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