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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줘서 고마워

바다의 현자 혹등고래의 귀환

화려한 고래뛰기와 복잡한 울음소리로 유명한 혹등고래. 인간과 가장 친숙한 고래 중 하나인 혹등고래는
무분별한 포획으로 인해 한때 멸종 위기까지 처하기도 했다. 다시 인간의 노력으로 개체수를 회복하고 멸종 위기에서
벗어난 혹등고래. 그 이야기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 보자.

글. 김미경

바다를 아름답게 해주는 ‘천사’

안녕! 나는 ‘바다의 천사’ ‘현자’라고 불리는 혹등고래야. 천사와 현자라고 불리는 이유? 내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그만큼 나의 선행이 바다를 더 아름답게 해주기 때문이지. 내 먼 친척 중에 범고래라고 있는데, 사납고 공격성이 높은 이빨고래로 바다에서 힘이 가장 센 친구야. ‘킬러고래’라고 불릴 정도인데, 범고래로부터 약한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는 겁 없이 그 친구한테 덤비곤 해. 그래서 내 덕분에 여러 물고기와 고래, 물개 등이 목숨을 구했어. 범고래가 이빨고래과인 반면, 나는 온순한 성격을 가진 수염고래과야. 몸길이가 12~16m, 몸무게는 35t까지 자라서 대왕고래, 향유고래, 참고래에 이어 큰 고래 종에 속하지. 내가 잘하는 건 노래야. 길게는 35분 동안 노래를 복잡하게 부르지. 모성애로도 유명한데, 새끼 고래를 젖 먹여 키우는 6개월 동안, 어미 혹등고래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 또 수영에 서툰 새끼 고래가 숨 쉴 수 있도록 새끼 고래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은 채 20분에 한 번씩 새끼 고래를 물밖으로 밀어 올리며 키워내지. 그리고 나는 사람들을 좋아해서 사람이 타고 있는 배를 종종 쫓아가고, 펄쩍 뛰어올라 인사를 하곤 해. 도약력이 남달라서 내 키만큼 뛰어오르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의 탄성이 흘러나오지.

포경 제한으로 멸종 위기에서 개체수 회복

우리는 연안 해역에서 생활하고 번식해. 그래서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고래 중 하나야. 그러나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우리를 많이 잡아가기도 했어. 19~20세기에 가장 많이 포획된 고래라는 슬픈 역사를 갖고 있어. 포획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처음에는 기름, 그 다음에는 비료, 나중에는 닭, 거위, 오리 등의 사료나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먹이로 사용됐다고 해. 불과 50년 전인 1960년대 초반에는 개체수가 500마리까지 급감했어. 그야말로 멸종 위기를 맞았던 거지. 그러나 1966년 국제조약으로 포경이 제한되고, 1973년에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국제적으로 보호받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서서히 개체 수를 회복했어. 해마다 평균 10.9%씩 늘어난 덕에 2005년에는 1만 마리, 최근에는 2만 5,000마리까지 늘어났다고 해. 당연히 현재는 멸종위기종 목록에서 제외됐지. 2021~2026년에는 약 4만 마리로 절정에 이를 거란 연구 결과도 나왔어.
사람을 좋아하는 우리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우리. 앞으로도 오래오래 같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지켜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