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Transformation

전문가 칼럼

친환경 지속가능도시를구현하기 위한 기회비용
1992년 리우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이 제시된 이후 2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기간 지속가능개발 개념은 저탄소 도시, 생태도시, 친환경 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했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도시들이 미래의 도시 비전을 설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관련 기술 개발이 있었고, 여러 도시가 친환경 지속가능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실험에 동참했지만, 성공적인 친환경 지속가능도시로 평가받는 사례는 변화의 속도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았다.
글. 조기혁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
좋은 도시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매우 다양하다. [US news & world report]에서는 매년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발표하는데, 이를 측정하기 위해 낮은 범죄율, 높은 고용, 적정한 주택가격, 편리한 교통, 교육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도시의 친환경성은 정성적인 측면의 주민 만족도로 평가한다. 물론 좋은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항목에서 골고루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실제로 정책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때는 우선하여 추구해야 할 도시의 가치를 선택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가치들은 종종 충돌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정책은 차량 운행 속도를 증가시켜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결과로 귀결되기도 한다. 결국 도시의 방향성과 비전을 설정할 때에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형성된 가치의 위계를 따라야 하고, 사회적으로 형성된 가치의 우선순위를 변화시키는 것은 기술의 적용이나 새로운 개발보다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
프라이부르크 시민의 기회비용
친환경 지속가능도시로 평가받는 독일의 프라이부르그가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고도화된 환경기술의 적용이나 대규모 프로젝트가 아니다. 환경에 대한 애정으로 오랜 시간 이 도시를 가꿔온 시민들의 환경 의식 수준이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는 핵심이다. 이들이 친환경 지속가능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은 적지 않다. 프라이부르크에서 건물을 신축할 경우 평방미터당 연간 에너지 소비는 25kW를 넘을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야 하므로 건축비용이 증가하고, 높은 에너지 단가로 인해 시민들은 난방이나 온수 사용 등 일상적인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대표적인 친환경 주거단지로 평가받는 보봉마을 주민들은 매년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겠다는 서명에 참여해야 하며, 자동차를 사용할 경우 연간 3천만 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도시의 중심가를 연결하는 트램 네트워크는 관광객에게 매우 매력적인 요소지만, 차량 진입을 전면 금지하기 때문에 시민들은 편리한 자동차 사용을 포기해야 한다. 믿기 어려운 수준의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생활해야 하는 시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한다. 실제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하여 추가적인 도로 폐쇄와 트램 노선 연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이렇게 과감한 시도들을 우리도 할 수 있을까 여러 차례 반문하게 한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독일 프라이부르크
프라이부르크의 태양광 발전 설비
↑프라이부르크의 태양광 발전 설비

시민의식 변화를 위한 노력

시민들의 의식을 변화시켜서 환경에 대한 사회적 가치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것은 분명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시민들의 경험에서부터 비롯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하고자 하는 이들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 중 중요한 방향은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도시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하고 이를 후세에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강릉 녹색도시체험센터의 역할은 녹색시범도시 사업 내용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하다. 국내 최초로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로 선정된 강릉은 생태 복원 및 녹색 기반을 구축하기 위하여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단기적인 추진 성과를 활용해 관광 자원화하고자 하는 시도는 사업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녹색도시체험센터의 이용 대상을 확대하고, 더욱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시와 환경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을 기억하고, 환경자원을 물려주어야 할 미래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여 년간 느리긴 하지만 지속가능도시와 환경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분명히 이루어졌다. 끈기 있게 시민들과 소통하며 친환경 도시를 가꾸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강릉 녹색도시체험센터
↑강릉 녹색도시체험센터

* 이 기사의 내용은 한국환경공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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