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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변화'에너지 전환' 가속화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사회 조건이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면 어떤 변화는 '정해진 미래'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런 변화를 거부하거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준비 없이 강제로 변화를 강요당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낭패를 넘어 고통이 될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사회 전체가 그렇다면 구성원 모두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금만 주의 깊게 현실을 직시한다면, 더 앞서가는 국가나 시장 변화를 조금이라도 눈여겨본다면,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느낄 수 있다. 현재는 미래를 품고 있고 미래는 현실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가리키는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에너지 전환'이다.
글.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피할 수 없는 변화 '에너지 전환' 가속화
기후 위기를 풀 열쇠
현재 세계는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기후 위기가 현실에서 점점 더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 위기의 현명한 대응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에너지 전환이다. 근대 사회를 연 산업혁명은 석탄을 동력으로 인류 역사의 거대한 전환을 가져왔다.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에 이르기까지 화석연료는 현대사회의 물질적 풍요를 지탱해온 에너지원이었다. 하지만 이제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 2015년 제21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에서 파리협정을 채택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를 넘지 않도록, 더 노력해서 1.5℃를 넘지 않도록 억제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영국이나 캐나다, EU 등 여러 국가들이 2050년 넷 제로(Net-Zero, 순 배출량 0)를 선언했고 2050년까지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수립해서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나라들이 점점 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나아가 넷 제로 목표는 에너지 전환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기후 위기를 풀 열쇠

에너지 전환에서 비롯된 변화들

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시스템을 비화석연료 기반으로 바꾸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급에만 관심을 두던 데서 벗어나 낭비 없는 효율적 사용을 지향한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요관리로 에너지 소비 총량을 줄여야 한다. 그와 함께 재생에너지 이용을 늘린다. 비화석연료라고 원자력을 포함하지는 않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말해주듯 원자력이 대안이 되기엔 안전을 확신하기 어렵다. 사용 후 핵연료 처분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데다 안전성 제고 조치로 경제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에 비해 세계 곳곳에서 재생에너지는 기존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단가와 같아지는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를 이미 달성했거나 달성이 임박해지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일자리 창출원으로서 재생에너지산업은 확대일로다. 에너지저장장치(ESS)도 마찬가지다. 기술과 시장 변화가 너무 빨라서 쏟아지는 정보를 따라잡기 어렵다. 작년 유럽에서는 전환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 줄어 역사상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유럽 역사 최초로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량 합이 석탄화력발전량보다 많았던 덕분이었다.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정책으로 유럽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포드와 지엠(GM)의 시가 총액 합계보다 전기차의 대명사가 된 테슬라의 시가 총액이 더 커졌다. 올해 세계 풍력 설치량은 지난해보다 19%나 높은 80G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제 에너지 전환은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생존을 위한 세계사적 선택
우리 사회에서도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기후 위기비상행동이 만들어졌고 3월 13일에는 아시아 최초로 청소년 19명이 '기후변화 소송'에 나섰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너무 낮아 청소년의 생명권과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미 전 세계 기후소송은 1,700여 건에 달하고 네덜란드 법원은 세계 최초로 정부의 소홀한 기후변화 대응이 국민 건강권과 인권을 침해한다며 감축 목표 강화를 판결했다. 최근 세계 여러 국가들이 에너지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그린(뉴)딜을 선언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제로를 위한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영국은 탄소배출제로 법제화 후 '청정성장전략(The Clean Growth Strategy)'을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하원이 그린뉴딜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주요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그린뉴딜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세계사적 흐름이 되었다. 에너지 전환은 생존과 도태의 갈림길에서 실존적 결단을 요구하는 문제로, 익숙함으로 부터의 결별을 요구한다. 에너지 전환은 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의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실험이 되었다.
생존을 위한 세계사적 선택

※ 이 기사의 내용은 한국환경공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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