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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o 이슈

다소 번거롭고 불편해도

화.학.물.질.
네 글자를 소리내어 말하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위험해지는 듯 합니다. 독성을 띤다, 암을 일으킨다 같은 부정적인 단어와 연관지어 생각하게 마련이니까요. 가습기 살균제, 발암물질 생리대, 살충제 계란 등 화학물질을 잘못 다뤄 발생했던 사고의 어두웠던 기억 탓에 화학물질의 밝은 면을 볼 여유가 없지요. 그래서 화학물질을 무조건 기피하는 ‘케모포비아’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화학물질 없는 삶이 가능할까요? 안타깝게도 그런 삶은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일상을 영위하는 동안 화학물질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물도 H2O로 표기되는 화학물질입니다. 2개의 수소 원자와 1개의 산소 원자로 만들어진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고마운 화학물질이지요. 비단 물뿐이겠어요. 모든 물질은 알고 보면 원자나 분자로 이뤄져 있는 ‘화학물질’입니다. 화학물질은 석유나 석탄, 뱀의 독같이 자연 상태에서 원래있었던 '천연 화학물질'과 샴푸, 비누, 살충제같이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 화학물질'이 있습니다. 자연에 존재하든, 필요에 의해 합성된 것이든 둘 다 화학식으로 이루어진 화학물질일 뿐이지만 인공 화학물질은 인류에게 적지 않은 숙제를 안겨주었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한 적 없던 합성 화학물질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온 지 100여년. 생활에 꼭 필요한 존재로서 생활을 풍요롭게도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해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생활에 필요한 화학물질을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완전히 안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라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독성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파라켈수스는 “세상의 모든 물질은 독성물질이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결정짓는 것은 바로 적절한 용량이다” 라고 했습니다. 심지어 물도 과할 경우 체내 전해질 균형이 무너져서 죽음에 이르며 산소도 농도가 23%를 넘어서면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모든 화학물질의 적절한 용량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편리한 것, 손쉬운 것을 추구하는 우리의 욕구가 더 많은 화학물질의 사용을 낳고 있습니다. 다소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더 안전하고 건강한 방법을 추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면 화학물질의 사용은 소소익선(少少益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