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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리포트

‘깨끗한 물’ 만드는 공유 실험실이 여기 있습니다

공유 실험실. 요즘 ‘공유’ 개념이 대세이다. 공유 부엌, 공유 주차장, 공유 사무실…. 공유가 대세라지만 갑자기 무슨 공유 실험실이냐고
의아해 할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지난달 국가물산업클러스터란 곳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핵심 시설 중 하나인 실증플랜트라는
곳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바로 ‘공유 실험실’이었다.

글. 동아일보 사회부 강은지 기자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다녀왔다. 물산업클러스터라, 좀 낯선 이름이다.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이곳은 ‘기업이 물 관련 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상품이나 서비스로 내놓기까지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기반시설’로 소개된다. 부지만 14만5000m²에 달하고, 공사기간도 2016년부터 3년 가까이 걸렸다. 대형시설답게 시험·연구시설과 실증플랜트,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이 들어서 있는데, 9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물을 활용해서 무슨 사업을 얼마나 많이 하기에 이런 공간이 생겼을까.
관련 산업은 발전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깨끗한 물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해외에는 아직도 댐과 상하수도관 등 기초 시설 설치가 안 돼 있고 물을 깨끗하게 정수하는 기술이 필요한 나라가 많다. 쓰고 난 하수와 폐수를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도 꼭 필요한 기술이다. 핵심은, 물 관련 기술 수요가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더 많다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 세계 물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연간 800조 원에 달한다. 연평균 3.7%씩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시장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물 산업 규모는 연간 전체 매출액이 36조 344억 원으로, 그 중 수출은 1조 7,185억 원에 그친다. 게다가 국내 물 산업을 성장시킨 것은 주로 상하수도 보급사업이었는데, 이마저도 보급률이 90%를 넘으면서 성장동력이 둔화됐다는 평가이다.

정체기에 들어선 물 산업의 성장 동력을 해외에서 찾고, 해외에 나갈 준비를 할 수 있게 돕는 곳이 이 물산업클러스터이다. 물산업클러스터 실증플랜트엔 정수, 하수, 폐수, 재이용 처리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실제 정수시설, 하수시설 등에서 활용하는 것과 같은 규모이다. 여기에 수조와 배관 등을 모두 노출된 형태로 만들었다. 기업이 원하는 대로 투입 약품을 바꾸거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인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도 이곳에서 ‘원하는 대로’ ‘원 없이’ 실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인근 낙동강의 물을 끌어와 정수해서 쓰고, 바로 옆 대구국가산업단지에서 나오는 폐수와 하수도 그대로 가져다 실험에 쓸 수 있다. 실험용 물을 따로 물탱크에 담아 옮겨 오지 않고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자원(물)과 시설(실증플랜트)이 갖춰진 셈이다. 게다가 24시간 연속으로 물 1,000∼2,000t을 활용해 실증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한 정수처리업체 대표가 한 말을 들으면 더 쉽게 이해가 간다. “새롭게 개발한 정수 기술이 있다고 칩시다. 이걸 실험해 검증할 장소가 있다는 건 대단한 겁니다.” 기술을 검증한다는 이유로 실제 운영되는 정수·하수처리장 등에서 함부로 활용해보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실제 시설 규모와 유사하게 지어진 실증플랜트가 얼마나 반가울까.

기업이 기술을 개발해 실증플랜트에서 검증한 다음에도, 수출을 하려면 실제 시설에서 운용해봤다는 실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때부턴 대구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검증이 끝난 기술들은 대구시의 정수시설과 하수시설, 폐수처리시설을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산업클러스터 외에 또 하나의 테스트베드(시험환경)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제 막 만들어진 물산업클러스터에서 당장 세계적인 수준의 물 산업 토대가 나오길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중소 기업인들에게 실증플랜트는 무한한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공유 실험실’임에는 확실해 보인다. 기업에게 공유 실험실은 물론 해외 진출을 돕는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고 하니, 이곳 물산업클러스터에서 전세계 물을 깨끗하게 만들고 제대로 활용하는 No1. 기술과 기업이 탄생하길 응원해 본다.

※ 이 기사의 내용은 한국환경공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