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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코맨

낯선 곳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만나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소재 국제기구 IAI 인턴 근무

IEETP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자신을 상상해봤는데,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위치한 IAI 공고가
올라오는 순간 꼭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EETP 지원 몇달 전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멕시코로 짧은 어학연수를 다녀오게 되었는데,
이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라틴아메리카를 더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왔기 때문이다.

글. 김수민(국제환경전문가 양성과정 수료)

IAI, 몬테비데오 선언을 토대로 설립된 환경 국제기구

우루과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몬테비데오는 해안가에 위치한 우루과이의 수도이자 작고 평화로운 도시다. 처음에는 이름마저 생소한 나라의 낯선 도시에서 생활하고 일한다는 게 막막하게 느껴졌지만 어느새 몬테비데오라는 도시를 점점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2019년의 절반을 이곳에서 보낼 수 있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인턴으로 근무한 IAI(Inter-American Institute for Global Change Research)는 아메리카 지역 19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국제기구다. 이 국제기구는 지난 1992년 기후변화 연구에 기반한 환경문제 대응을 위한 몬테비데오 선언을 토대로 설립되었다. 내가 근무한 IAI Directorate는 연구 지원, 연구자 교육, 과학-정책 협력 등 IAI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본부로 기능하고 있다. IAI는 비교적 규모가 작지만 그만큼 인턴의 역할이 크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는 곳이다.

나 또한 Executive Director, Deputy Director, Communications Director 등 다양한 상사들과 함께 일하는 행운을 누렸다. 특히 내 전공이나 관심사와도 연관 있는 Communications 파트에서 일하면서 IAI 인터뷰 시리즈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데 기여하게 되었다. 지구의 날, 물의 날 등 환경 관련 국제기념일에 맞춰 IAI와 협업하는 뛰어난 연구자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내 제안이 받아들여진 결과였다.
지난 5월 발표된 IPBES ‘전 지구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 평가에 대한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보고서’ 의장인 Sandra Diaz 박사를 시작으로, 저명한 연구자들을 인터뷰하고 기사를 작성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부담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나의 손에서 우리 기구의 홍보물이 탄생하고, WMO, IPBES 등 협력관계의 타 국제기구도 함께 힘을 실어준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뷰 시리즈는 기구 메인 홈페이지에 게재되고, 가장 많이 방문된 페이지로 기록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장면이 내 삶의 현실이 되어

또한 IAI의 가장 큰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당사국 총회(IAI CoP-27)가 6월 브라질에서 개최되면서 총회 준비를 돕고, 실제 회의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주브라질 한국대사관에서도 옵서버로 총회에 참석해주었고, IAI의 일원으로서 우리 기구가 주최하는 국제회의에 함께 했던 경험은 오랫동안 잊지 못한 특별한 추억이자 배움의 기회였다. 나는 학부 과정을 수료하자마자 IAI로 떠나게 됐기 때문에 근무하는 기간 내내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제기구에 근무하면서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장면을 실제로 마주하기도 했고, 내 생각과는 다른 부분을 보며 관점을 수정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배울 점이 많은 동료와 함께 자유롭고 합리적인 조직에서 일하면서, 내가 그동안 경직된 사고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됐다. 이전에는 내가 정해진 순서와 방향대로만 나아가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국제기구, 라틴아메리카, 환경, 그리고 심리학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였던 분야들을 IEETP를 통해 어우르게된 것처럼, 이제는 내가 가진 경험과 열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이제 인턴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지 열흘 정도 되었다. 근무 기간 동안 따로 시간을 내 해오던 스페인어 공부를 계속하고, 다른 인턴활동을 하면서 국내외 대학원 진학을 준비할 계획이다. IAI에서의 시간은 내게 나아가야할 단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예기치 못했던 만큼 더 스릴 넘치고 소중한 모험을 허락해주신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