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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줘서 고마워

다시 만나 반가워
한반도로 돌아온 토종 붉은여우

우리땅에서 멸종된 줄 알았던 토종 붉은여우가 다시 한반도에 뿌리내리려 하고 있다. 자연과 먹이사슬의 이해가 낮던 과거에
붉은여우 먹이인 설치류를 박멸한 것이 멸종의 한 가지 원인이었다. 멀리 만주와 연해주에서 토종 유전자를 가진
붉은여우를 발견한 후로 적극적인 복원 사업이 시작됐다.

글. 조병례

작고 친근한 생김새의 한반도 토종

내 이름 ‘붉은여우’를 들어본 적 있니? 지구에 나와 같은 종의 친구들은 많지만 한반도에 서식하는 여우속 동물은 내가 유일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어. 내 몸은 전체가 짙은 갈색에서 붉은색을 띤 털로 덮여 있어. 뾰족한 귀와 입때문에 고양이처럼 보인다고? 내 생김새와 특성 중 고양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엄연한 개과 동물이라고. 몸무게가 6~9kg 정도라 중소형 개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쥐를 잡을 때 소리없이 다가가 사냥할 수 있다는 점이나 도약을 잘해 어딘가에 더 잘 오를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개과 동물과 차이나는 특징이지. 나는 앞발톱을 부분적으로 감출 수도 있어. 걷거나 뛸 때 조금씩 연마되고 날카로워지는데 개과 친구들에게선 볼 수 없는 능력이야. 우리는 굴을 파고 생활하는데 경사가 완만하고 햇볕이 잘드는 곳을 좋아해. 들쥐 같은 설치류를 제일 좋아하고, 가끔은 과일이나 나무열매 같은 것들도 가리지 않고 먹는 잡식성이야.
과거의 한반도는 내가 살기 좋은 환경이었지만 사람들이 쥐약을 살포해 쥐가 사라지면서 먹을 것이 점점 줄었어. 친구들의 숫자도 크게 적어졌지. 내 가죽을 노린 사람들의 남획도 계속 됐어. 1960년대 초부터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어. 결국 2004년 강원도에서 사체로 발견된 한 친구를 마지막으로 야생에서 내가 멸종했다고 여겼어. 그러다 환경부가 2010년부터 나와 내 친구들의 종 복원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어. 나와 일치하는 유전자를 지닌 친구들이 멀리 만주와 연해주에 살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거든. 먹을 것을 찾아 이동한 내 친구들이 그곳에서 번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이제 다시 한반도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거야.

안정적 서식처 확보해 개체 증가 추세

국립공원공단 멸종위기종복원기술원이 나서서 덕유산, 소백산, 오대산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우리가 살기 좋은 곳이 어딘지를 먼저 파악했어. 풍부한 먹이와 안정적인 서식가 확보되면 우리 가족이 적응하기 더 쉬워질 테니까. 내가 좋아하는 설치류가 가장 많은 곳이 소백산국립공원이란 걸 알게 됐지. 우리를 복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은 처음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어. 우리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오해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우리는 조심성이 많아 오히려 사람을 피해 다니는 편이니 걱정말기를.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가면 생태계를 보호하고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될거야. 2016년에는 소백산 여우생태관찰원이 문을 열었어. 우리가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해보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와도 돼. 굴 파는 법, 사냥하는 법을 열심히 익히고 있는데 아주 재미있어. 대신 우리는 저녁에 활동하는 것을 더 좋아하니 이른 낮 시간에 오면 조용히 자고 있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거야. 관찰원에서 먼저 적응훈련을 마치고 방사돼 소백산에 이미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든 친구들도 있어. 2016년과 2017년에 방사한 여우 중새끼를 출산한 사례도 관찰됐지. 머지않아 한반도가 다시 우리 붉은여우들의 고향이 되어줄 거라 기대해. 언젠가 자연에서 우리를 만난다면 ‘건강하게 지내고 있구나’ 하고 반갑게 생각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