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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배움, 그린 채움

자연을 닮은 종이 ‘한지’를 이용한 공예품 만들기

우리 땅에서 나온 닥나무 껍질을 이용해 만든 한지는 질기고 견고할 뿐 아니라, 세월이 갈수록 결이 고와져
천년을 가는 종이라고 한다. 게다가 곱고 은은한 색감과 다양한 디자인으로 최근 생활용품에도 많이 활되용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의 종이, 한지를 이용해 한국의 미를 표현할 수 있는 친환경 전통문화, 한지공예를 소개한다.

글. 양지예 / 사진. 성민하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이로운 한지공예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색을 발하는 한지는 견고하고 강도가 높아 각종 생활용품을 만들기에 제격이다. 게다가 닥나무를 사용해 자연친화적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한지공예품은 환경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저희 ㈜한지생각이닥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인간에게 이로운 종이, 한지를 가지고 생활에 필요한 공예품 및 다양한 산업용품을 개발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한지는 천년을 가는 종이라고 해요. 인체에 무해할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주는 자연친화적인 소재죠. 자연친화적인 한지로 사람들에게 이로운 제품을 만들어 얻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지생각이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천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해 한국환경공단을 비롯해 3개의 공공기관이 조성한 ‘인천지역 사회적 경제 활성화 기금’의 2기 대상기업으로 선정되며 인연을 맺은 ㈜한지생각이닥의 이미자 대표는 오늘 체험을 위해 공방을 찾은 환경공단 직원들을 누구보다 반갑게 맞이했다. “한지 공예품으로 공방 안이 꾸며져 있어서 정말 예뻐요. 한지공예는 처음이지만 평소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 오늘 무척 기대가 되네요.” 배진여 사원(온실가스감축부)의 손에 이끌려 왔다는 이미나 사원(온실가스감축부)은 공방을 둘러보며 어떤 제품을 만들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특히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한지로 공예품을 만든다고 하니, 환경공단과 딱 어울린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앞에 앉은 김희곤 과장(상수정책지원부)도 만들기를 좋아하는 딸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연친화적인 물건의 소중함도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 체험을 신청했다고 이야기했다. “저는 오늘 지갑하고 거울 만들어서 딸한테 선물하고 싶어요. 아이가 정말 좋아하겠죠?” 김희곤 과장이 딸을 생각하며 고민 없이 아이템을 정하자, 다른 직원들도 제각각 마음에 드는 공예품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미나 사원은 휴지케이스를, 조호근 대리(수도정보부), 선우현숙 사원(냉매관리T/F), 김희선 사원(냉매관리T/F), 배진여 사원은 모두 예쁜 조명등을 선택했다. “예쁘게 만들어서 부모님께 선물할 거예요. 지금 따로 살고 있는데 불을 밝힐 때마다 제 생각하시겠죠?” 배진여 사원이 부모님을 생각하는 예쁜 마음을 드러내며 의욕을 불태웠다.

내가 만들어 더 의미 있는 한지공예품

1년 키운 닥나무 껍질을 이용해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쳐 정성스럽게 만든 한지로 다양한 수공예품을 만드는 한지공예에 도전하기 위해 모인 직원들은 한지공예가 이미자 대표의 지도로 각각 선택한 공예품을 만들어 보기로 한다.
먼저 조명등을 선택한 직원들은 강사의 지시에 따라 아크릴 판 4개를 세워 네모난 모양을 만들어 고정시켰다. 이후 완성된 뒤 불을 켤 수 있도록 전기 스위치를 연결하고, 아크릴 판에 흰색 한지를 붙여 초벌작업을 해야 한다. 한지 앞뒤로 풀을 칠하고 아크릴판에 딱 맞게 재단해 붙이는 작업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은지 어느새 집중하느라 공방이 조용해졌다. “초벌 작업을 꼼꼼하게 해야 더욱 견고해진다고 하니 신경이 많이 쓰이네요. 예쁘게 만들어서 집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고 싶어요.” 만들기에 소질이 없다고 겸손해 하던 말과 달리 초벌 작업을 하는 조호근 대리의 손길이 무척 섬세했다. 초벌을 마친 후에는 최종적으로 붙일 한지의 색상과 디자인을 고를 차례다.

초벌을 마친 후에는 최종적으로 붙일 한지의 색상과 디자인을 고를 차례다.
빨강, 파랑, 노랑, 고운 색 한지와 하얀 바탕에 꽃문양이 새겨진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한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저는 꽃무늬 한지로 할래요. 제 방에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선우현숙 사원이 먼저 한지 디자인을 선택하자 다른 직원들도 각각 취향껏 디자인을 골라 예쁘게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한번 초벌로 한지를 붙여봐서인지 직원들은 강사의 조언 없이도 능숙하게 척척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한편, 지갑과 거울을 선택한 김희곤 과장은 1대1로 강사의 가르침을 받으며 벌써 지갑을 두 개째 만들고 있었다. 지갑은 초보자들이 가장 만들기 쉬운 공예품으로 골격이 만들어져 있는 지갑에 한지를 재단해 붙여 장식하는 것이다. 첫 번째 지갑은 갈색과 검정색 한지를 이용해 장식했다면, 두 번째는 딸을 위해 빨강, 파랑, 노랑 색색의 한지를 이용할 계획이다. 기뻐할 딸아이가 생각난 것일까. 길고 네모난 지갑에 색동저고리처럼 알록달록한 색의 한지를 붙이는 김희곤 과장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정말 재밌는데요. 우리가 흔히 보는 지갑이 아니라 지폐를 끼면 저절로 고정이 되는 형태의 요술지갑이라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거울까지 예쁘게 완성해서 함께 선물할 거예요.” 딸바보를 자처하는 김희곤 과장은 기뻐할 딸을 생각하며 누구보다 세심하고 야무진 손놀림으로 공예품을 완성해 나갔다.

세월이 갈수록 멋을 더하다

마지막으로 휴지케이스를 선택한 이미나 사원은 ‘가장 어렵고 오래 걸리는 작품을 선택했다’는 강사의 이야기에 처음에는 약간 겁을 먹기도 했지만 곧 심기일전해 강사의 가르침에 따라 꼼꼼히 한지를 재단하고 붙여나갔다. “모서리와 홈이 많아서 완성도가 떨어질지 모른다고 하셨는데 예쁘게 완성해서 제 방에 놓고 싶어요.” 강렬한 빨간색 한지를 선택한 이미나 사원은 휴지케이스 사방을 꼼꼼히 붙이느라 손끝이 빨갛게 물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안쪽까지 빈틈없이 한지를 붙인 이미나 사원의 작품을 보고 강사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30여년이 넘게 한지공예를 했는데 초보자가 이렇게 잘 하는 것은 처음 봐요. 제자로 탐날 정도예요. 정말 놀랍네요.” 강사의 극찬에 이미나 사원은 얼떨떨한 표정이다. 같이 체험을 하던 동료들도 ‘정말 잘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나 사원은 ‘더 디테일한 장식을 해보자’며 ‘다음 주에 한 번 더 오라’는 강사의 말에 ‘직업을 바꿔야 하나’라며 기분 좋은 듯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제 어느새 작품이 마무리되고 직원들은 완성된 작품을 휴대폰에 담으며 동료들과 서로의 작품을 품평했다. 특히 조명등을 선택한 직원들이 콘센트를 연결해 불을 환하게 밝히자, ‘와~’하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정말 예뻐요. 처음 샘플만 봤을 때는 어려울 것 같았는데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힘든 줄 몰랐어요. 더 예쁜 문양의 한지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워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또 하고 싶어요.” 자신이 직접 만든 조명등이 환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며 김희선 사원은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예쁘게 포장까지 한 직원들은 각기 다른 아이템을 선택했지만 모두 자신이 스스로 완성한 작품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친한 동료들과 함께 재밌고 뜻 깊은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한지는 아름답고 질기며 세월이 갈수록 결이 고와지는 매력적인 종이다. 또한 한지공예는 쓰임이 무궁무진하여 생활저변에 널리 이용되고, 자연친화적이라 환경과 인간에게 무척 이로운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다. 오늘 한지공예를 경험한 직원들은 아주 기초적인 단계의 체험이지만 그 매력에 푹 빠진 듯 했다. 오늘 직원들이 만든 조명등, 휴지케이스, 지갑과 거울은 세월이 갈수록 멋스러움을 더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