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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스터디

탄광도시 더럼의 재탄생 비미쉬 박물관이 살아있다

영국 잉글랜드 북동부의 자치주 더럼(Durham)은 한때 17만 명의 광부와 그 가족이 생계를 이어가던 곳이었다.
석탄산업으로 번영했던 이곳이 폐광되고 방황하던 정체성을 다시 일으킨 것은 ‘박물관’이라는 아이디어였다.
비슷한 길을 걸어온 우리나라 태백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글. 조병례

삶의 터전이 쇠락하다

1972년 개관한 비미쉬 박물관(Beamish Museum)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마을이다. 산업화의 절정을 이뤘다가 쇠락한 도시 더럼(Durham)이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곳은 20세기의 시설과 풍경을 그대로 보존해 전성기 시절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전히 현지인들의 터전이 되고 있다. 영국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던 석탄산업. 풍부한 석탄으로 번영했던 더럼은 산업혁명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이곳 350개의 탄광에서 17만 명의 광부와 그 가족들이 삶을 이어 나갔다.
영국 정부의 폐광 추진과 경기 침체로 더럼이 쇠락의 길을 걷는 시기 풍경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잘 다뤄졌다. 더럼을 배경으로 파업 중인 광부의 아들이 무용수로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그렸다. 아들이 무용을 배우게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기에 광부는 동료들과 계속해서 뜻을 함께할 것인지 고뇌한다. 그 팍팍한 삶과 거리 풍경, 광부 사택촌의 삭막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비미쉬 박물관에 가면 이 풍경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탄광개발시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그 자체로 박물관 전시물이다.

영국의 태백, 더럼이 발휘한 가능성

폐광 후 실업자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오자 마을 활성화 대책이 필요해졌다. 직업 재교육이나 기업 유치가 진행됐지만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버나드성의 한 박물관 소장이었던 프랭크 앳킨슨이 ‘더럼의 역사를 수집’할 것을 자치주에 권장하며 마을의 박물관화가 시작됐다. 탄광촌의 산업 유산을 철거하는 대신 기증받는 것은 무조건 수집해 22개의 군대 캠프가 가득 채워졌다. 삶의 형태, 관습, 언어 습관까지 모두 수집했다. 당시 운영되던 은행이나 인쇄소나 상점, 학교 등을 고스란히 보존, 복원시켜 시대별로 모았으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탄광체험 등을 여전히 운영하고 있다. 비미쉬 박물관의 규모는 300에이커(120만m2)에 이른다.
‘영국의 태백’이라 할 수 있는 더럼의 현재는 관광과 역사 교육적 측면을 결합해 경쟁력을 되찾았다. 1900년대 초 생활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이 박물관을 통해 마을과 주민들이 가진 가능성이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지, 박물관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