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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트렌드

친환경이 경쟁력인 시대'그린오션'이 밀려온다!
2005년 미국의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친환경적인 상상력'이라는 뜻의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GE는 "청정에너지, 깨끗한 물, 기타 친환경 기술 성장에 GE의 미래를 걸겠다"며 고효율 조명, 연료전지, 태양에너지, 물 정화기술, 저공해 항공 엔진, 하이브리드 열차 등에 집중 투자했다. 성과는 놀라웠다. 2015년 에코매지네이션 10주년을 맞아 GE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0년간 150억 달러를 투자해 13배인 2,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산화탄소 발생량 31%, 물 사용량 42%를 줄이면서 말이다. GE의 에코매지네이션은 그린오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그린오션이란 친환경적 가치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장, 혹은 경영전략을 말한다. 기업에 친환경은 비용이었다. 더 많이 정화하고, 더 많은 환경규제를 따르기 위해서는 지출이 컸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지금은 친환경이 경쟁력이다.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는 친환경에서 나온다.
글. 박병률 경향신문 편집국 경제부 차장

* 이 기사의 내용은 한국환경공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린오션, 그 가치의 변화

그린오션은 1990년 후반 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개념이다. 미쉐린은 1992년 고무용 카본블랙 사용을 줄인 '그린타이어'를 개발했고, 1998년 친환경 자동차 경연대회인 '챌린지 비벤덤(Michelin Challenge Bibendum)'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까지 그린오션은 미래성장전략이라기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통한 브랜딩에 가까웠다. 그린오션이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경쟁으로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다. 2005년 GE가 '에코매지네이션'을 발표한 데 이어 2007년 혼다는 인바이런멘톨로지(Environmentology)를 전면에 내세웠다. 혼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고연비 자동차, 전기차 등 친환경 차를 집중 개발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국내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그린오션에 집중 투자를 시작한 것은 2010년대다. 현대기아차그룹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4년 전기차 시장점유율 0.9%로 15위권이던 현대기아차그룹은 2019년 점유율을 6.5%로 끌어올리며 TOP5 진입에 성공했다. 현대기아차가 특히 주력하는 전기차는 수소전기차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도요타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수소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자동차회사가 됐다. 현대기아차는 블루드라이브, 에코다이나믹스 등 환경친화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SK그룹은 2009년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그린카 등 7대 녹색기술을 중점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린오션 경쟁에 뛰어들었다. SK케미컬은 제약화학업종 최초로 2013년 친환경 비전을 담은 '에코웹'을 개설했다. 롯데건설은 2018년 'Green Life 2018 in LOTTE'라는 녹색비전을 수립하고 친환경 건설을 강화했다.

출처 :  미쉐린 공식 페이스북
↑출처 : 미쉐린 공식 페이스북

소비자가 바꾼 시장의 판도

기업들이 그린오션을 경영전략으로 채택하는 이면에는 소비자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제정한 환경 분야 국제 인증(ISO 14000)은 물론 녹색건축인증, 환경마크인증 등 다양한 국내외 환경인증을 받지 못하면 상품의 판매조차 어렵다. 스타벅스는 2018년부터 빨대와 일회용 포크, 컵홀더를 종이로 바꿨다. 할리스커피, 커피빈 등 커피 전문점은 머그잔을 들고 온 고객에게 커피값을 할인해 주거나 리필을 해준다.

국내 유통업체인 마켓컬리는 박스테이프, 냉동 스티로폼 박스, 지퍼백, 비닐 파우치를 모두 종이 성분으로 바꿨다. 소비자가 사용한 포장지는 마켓컬리가 회수한 뒤 폐지 재활용업체에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초등학교의 교실 숲을 조성하는 데 쓰기로 했다. 또 다른 유통사인 SSG닷컴은 재사용 에코백인 '알비백'을 도입해 별도의 박스 포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롯데월드는 올해부터 전 상품점에 '친환경 생분해성 쇼핑 봉투'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봉투는 토지 매립 시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는 생분해 소재 비닐로 만들어진다. 먹을거리도 그린오션을 벗어날 수 없다. 과도한 축산에 따른 환경파괴와 동물복지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외식업계에서는 육류 대신 콩 등으로 만든 대체육이 개발되고 있다.

'친환경'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주요 국가와 도시들이 이상기후,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등에 대응하면서 그린오션은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 EU는 2025년부터 신차판매의 15%, 2030년에는 30%를 친환경 차로 생산하기로 했다. 일부 북유럽 국가들은 아예 휘발유, 디젤 차량의 판매를 전면 금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강한 내연기관 엔진을 갖춘 회사라도 친환경 차를 양산하지 못한다면 단번에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린오션은 후발주자에게는 기회가 된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내연기관을 건너뛰고 곧바로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2018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상위 10개 업체 중 5곳이 중국이었다. 특히 비아디(BYD)는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린오션을 무시하면 국내외 투자도 받기 어렵다.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기관인 '350.org'에 따르면 2018년 현재 노르웨이 국부펀드,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등 985개 금융기관이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에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규모만 6조 2,400억 달러(한화 7조 5,000억 원)에 이른다. 국내 3대 공적연금 중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인류 공동의 노력을 기관투자가로서 적극 지지하고 동참한다"며 '탈석탄'을 선언했다. 이들 연금은 석탄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는 물론 석탄발전과 관련된 에너지기업의 회사채도 인수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세상이 혼쭐나면서 친환경적 가치는 더 커졌다.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등은 갈수록 전염병 창궐이 잦아지는 배경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지구온난화를 의심하고 있다. 개인위생에 대한 우려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전망이다. 그린오션에 누가 더 빨리, 더 과감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과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시대가 바야흐로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파슬 프리 캠페인
↑ 파슬 프리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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