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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참여로 이룬 에너지 자립섬의 바른 예
덴마크 삼소 섬
울릉도는 2020년까지 '100% 에너지 자립'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2015년부터 그 기반을 차근차근 닦아왔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가운데 비중이 큰 지열발전소가 2017년 발생한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 목표는 기약 없는 꿈이 되었다. 하지만 울릉군은 LPG배관망 구축 사업이나 전기차 보급 사업과 같은 친환경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며 못다 이룬 꿈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이 푸른 꿈의 동력이 된 것은 오롯이 주민들의 힘으로 에너지 자립을 일궈낸 덴마크 삼소 섬의 사례였다. 4천 만 인구를 품은, 강화도 3분의 1 크기의 작은 섬이 이룬 성과는 '기적'이라 이름 붙여졌고, 전 세계 많은 섬들이 갈망하는 꿈이 됐다.
글. 김승희
삼소 섬 풍력 발전
↑삼소 섬 풍력 발전

바람이 기적이 된 에너지 자립섬

삼소는 덴마크 도심에서도 차량과 페리를 이용해 2시간 넘게 이동해야 닿을 수 있는 11.4㎢ 규모의 작은 섬이다. 4,200명의 주민 중 노인 인구가 20%를 차지하고, 지역주민들의 평균 소득도 낮아 덴마크 내에서도 낙후된 지역으로 꼽혔다. 자연이 아름 답고 지역 문화 또한 훌륭해 농사와 관광이 이 섬을 떠받치고 있는 소득원이었다. 주민들의 마음은 변화와 혁신보다는 지금의 삶이 평온하게 유지되길 바라는 쪽이었을터다. 그런데 이 섬에 실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1997년 신재생에너지 섬을 목표로 한지 10년 만인 2006년, 세계 최초로 100% 에너지 자립을 이뤄낸 것이다.

삼소 섬이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세우기 2년 전인 1995년, 덴마크는 스웨덴, 독일과 함께 일본 교토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1% 줄이기로 약속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지역 간 경합을 붙인 '재생에너지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열었다. 평가 기준은 에너지 자립화를 위한 실질적인 10개년 계획을 꾸리는 것이었고, 최종 승리는 삼소 섬에 돌아갔다. 삼소 섬이 무기로 삼은 것은 풍력이었다. 섬 전역과 바다를 휘돌아 나가는 바람은 22개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육상 풍력터빈 11기와 버스, 농업용 트랙터 등 수송 부문의 에너지를 책임지는 해상 풍력터빈 10기를 움직이게 했다. 이외에도 삼소는 태양열 및 바이오매스, 짚단, 열펌프 등을 이용해 난방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이렇게 얻은 전력은 마을의 사용량을 충당하고도 남아 본토로의 수출을 통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다.

삼소 섬은 덴마크 내에서도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었다.
↑ 삼소 섬은 덴마크 내에서도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었다.
소통하고 참여하는 주민 주도의 에너지 전환
삼소 섬의 에너지 체제 전환에 있어 덴마크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거의 없었다. 이 대목은 '제2의 삼소'를 목표로 하는 많은 국가들에게 더욱 닿을 수 없는 꿈처럼 들린다. 마을 주민들의 노력이 지금의 에너지 자립섬을 만든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이고도 전문적인 에너지 사업에 지역 구성원의 투자와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언뜻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 성취 없이 공공의 이익만 있었다면 물론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였을 터다. 하지만 이 에너지 자립화 프로젝트는 10년 동안 지역 사회로부터 적극적인 지원과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

삼소 섬 주민들은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고 전문가를 초빙해 관련 지식을 쌓으며 사업에 있어 각자의 역할을 찾았고, 사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어질수록 지역 환경 개선은 물론 충분한 경제적 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확신과 사업의 주체로 참여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주민들은 10년간 총 750억 원을 투자해 신재생 에너지 시설을 세우고 그운영 주체가 되면서 가구당 연간 4백 유로의 수익은 물론 전기세 절감, 관광수입 증대, 일자리 창출이라는 갖가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삼소 섬의 에너지 전환은 재정적 지원 없이,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뤄낸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 삼소 섬의 에너지 전환은 재정적 지원 없이,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뤄낸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섬 주민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지역사회는 물론 국가와 환경을 이롭게 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긍정적이고도 강력한 경험은 선순환을 낳는다. 삼소 섬의 다음 목표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 제로섬을 만드는 것이다. 10년 계획은 이제 기한을 늘려 더욱 많은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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