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vironment 환경과 사람 2

Environment 환경과 사람 2
음성안내
친환경적인 일상을 나누는

‘에코 인플루언서’
배우 임세미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후변화·환경보호에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이 가진 대중적 영향력 덕분에 이들의 활동은 그 어떤 캠페인보다 파급 효과가 크다. 임세미 배우도 그중 하나다.
채식, 제로 웨이스트, 해양환경보호를 위한 수중 청소 등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친환경적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그는 대표적인 ‘에코 인플루언서’로 꼽힌다.

글. 최선희 / 사진 제공. 눈컴퍼니

‘세미의 절기’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채식이나 제로웨이스트 실천법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절기’를 주제로 삼은 점이 독특합니다.
요즘 MZ 세대는 절기가 뭔지 잘 모를 거예요. 저는 채식을 하면서 절기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우리나라는 계절별로 각각 여섯 절기씩 24절기가 있는데, 이 절기만큼 명확하게 자연의 순환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선조들의 과학적 식견과 수학적 논리에 감탄이 절로 나오죠. 절기에 맞게 그때그때
우리 땅에서 나는 제철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알게 되고요. 절기를 따라 사는 것이 곧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이고, 그것이 사람과 환경에도
이로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절기마다 해야 하는 것, 가령 장 담그기 같은 것도 직접 해보면서 저도 배우는 게 많아요. 이런 일들이 어려운 게 아니라, 쉽고 재미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채식과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10년 전쯤 템플스테이에 참여했어요. 휴대폰도 없이 바깥 생활과 단절된 채 4박 5일을 지내며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때 공양 시간마다
밥을 다 먹고 나면 얇게 썬 무짠지를 하나 얹어 고춧가루 하나 남김없이 밥그릇을 깨끗이 비워야 했어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해온 무분별한 육식과 쓰레기의 심각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됐지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데, 한 사람이 사는 동안 너무 많은 것을 소비하고,
또 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좀 단정하게 살고 싶어졌어요.

제로웨이스트와 관련해 평소 가방에 어떤 것을 가지고 다니는지 궁금합니다. 텀블러, 손수건, 대나무 칫솔, 장바구니, 다회용기를 항상 가지고 다녀요. 다회용기는 밖에서 음식을 먹고 남을 때나 포장할 때 유용해요.
일회용 그릇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쓸 일이 아주 많더라고요.

“한 달에 한 번씩 해안가를 청소하는데, 저는 수중 청소를 꼭 해보고 싶어서 다이빙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 배우님의 일상 속 제로웨이스트 방법을 소개해
주십시오.
페트병 생수 대신 종이팩 생수를 마셔요. 이 종이는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해요. 빈 팩을 모아 업체에 보내면 돈으로 돌려받을 수도 있어요.
대나무 칫솔도 꼭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이에요. 칫솔은 저희가 일상에서 정말 많이 쓰는 제품이잖아요. 칫솔모 때문에 플라스틱 손잡이 부분만
따로 재활용하기 어려워 그대로 쓰레기가 되고, 플라스틱은 썩는데
500년 이상 걸린다고 해요. 대나무는 그런 걱정을 덜 수 있어 좋아요.
또 포장재 없이 내용물만 소분해 파는 알맹상점도 종종 이용해요.

세계적인 해양환경보호 단체인 시셰퍼드(Sea shepherd) 소속 회원으로 활동한다고 들었습니다. 우연히 시셰퍼드와 함께 수족관에 있는 해양 동물을 방류하는 캠페인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인연이 닿아 계속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해안가를 청소하는데, 저는 수중 청소를 꼭 해보고 싶어서 다이빙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수중 청소는 어떻게 하나요? 바닷가를 청소하다 보면 폐가전 제품을 비롯해 신발, 가방 등 쓰레기 종류가 상상을 초월해요. ‘어떻게 이런게 여기서 나오지?’ 싶은 것이 정말 많고,
그 양도 어마어마해요. 그중에서도 수중 청소는 바닷속으로 들어가 폐그물을 수거하고, 거기 갇힌 해양 동물을 구조하는 작업이에요. 그물은 구조의
특성상 들어가는 건 쉬워도 나오기는 어렵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해양 동물이 수중에 방치된 그물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죽는 경우가
많아요. 수중 청소 현장실습 때, 폐그물 안에 바다장어가 있길래 칼로 그물을 끊어주었더니 스르르 빠져나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이처럼 열정적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게 하는 동력은 무엇입니까?
환경문제는 ‘나 하나쯤은’이라는 생각보다 ‘나 하나라도’라는 인식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사랑하는 조카들이, 미래 세대가
지금 저희가 보고 누리는 것을 똑같이 경험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커요. 사람과 자연이, 사람과 동물이, 두루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보다 더 많이 알려지고 싶어요. 배우로서 단순히 유명해지고 싶다는 차원이 아니고, 그만큼 제 영향력이 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그렇게 되면 동료 배우나 대중들이 저를 보면서 ‘이 중 하나는 나도 할 수 있겠다’ 생각하고, 직접 해보는 용기를 내게 되지 않을까요. 제가 하는 일이
거창한 게 아니잖아요. 환경을 위한 일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배우 임세미는 2005년 KBS2 드라마 <반올림 2>로 데뷔했다. 배우가 되기 전 이미 잡지 모델로 얼굴을 알린 그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드라마 <호박꽃 순정>,<넌 내게 반했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쇼핑왕 루이>, <굿바이 미스터 블랙>, <투깝스>, <내 뒤에 테리우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여신강림>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올해로 배우가 된 지 17년 차, 그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라고 하면서도 “지금도 여전히 연기가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이 설레는 사랑을 오랫동안 하는 것’이 배우로서 그가 꾸는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