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그린 리더 1
해양생태 교란하는 불가사리,

친환경 제설제가 되다
(주)스타스테크 양승찬 대표

스타스테크는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물질로 혁신적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정부가 전량 수매해 폐기 처분하는,
어촌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불가사리를 친환경 제설제로, 콜라겐 전달물질로, 액상 비료로, 다양하게 활용한다.
환경적인 가치와 기업의 이익을 동시에 확보하며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는 양승찬 대표는
‘친환경’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일종의 모범 사례다.

글. 최선희 / 사진. 성민하

번식력이 왕성한 불가사리는 갑각류를 무자비하게 포식하고, 산호초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해양생태계를 교란하는 불가사리 퇴치를 위해 세계 각국이 쓰는 비용은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한다. 영재고 재학 시절부터 새로운 원료 물질 개발에 관심이 많았던 양승찬 대표는 특히 불가사리에 집중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한 이후 더욱 깊이 있게 연구에 몰두했다. 군 복무 시절에는 이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데 성공, 스타스테크의 발판을 만들었다.
“강원도 인제에서 군 생활을 했어요. 눈이 엄청 많이 오는 지역이라 불가사리의 ‘다공성 구조체’를 활용한 제설제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2017년에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라는 육군창업경진대회가 열려 동료 장병 3명과 함께 참가했어요. 전역하면서 본격적으로 법인을 설립해 사업에 뛰어들었죠.
그때 같이 연구 한 동료 장병 중 2명은 지금도 공동 창업자로 함께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제설 능력은 높이고, 부식은 억제하는 혁신적 기술 불가사리의 뼛조각에서 추출하는 다공성 구조체는 제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화이온을 흡착한다. 이를 통해 제설제의 가장 큰 폐해로 알려져 있는 ‘부식’을 억제한다. 특수 코팅된 구슬 형태로 만들어 분진도 없고, 제설 능력도 뛰어나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혁신적 기술을 무기로 스타스테크는 친환경 제설제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국내 1위 업체를 넘어 일본에도 판매 중이고, 캐나다 수출도 예정되어 있다.
“소금의 부식률을 100으로 놓고 보면, 저희 제품은 0.8 정도 됩니다. 물보다도 낮은 수준이에요. 일반적으로 쓰는 제설제의 부식방지제는 토양오염과 콘크리트 파손 같은 부작용을 낳습니다. 부식 억제 효율도 높지 않고요. 그 대안으로 친환경 제설제가 나오고 있지만 국내 경쟁사 기준 여전히 20~30%의 부식이 발생합니다. 미국은 친환경 제설제의 부식 기준을 아예 50% 미만이라고 정하고 있어요. 저희 기술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환경도 아끼고 비용도 낮추는 스타스테크의 기술 콘크리트 파손율 역시 일반 제설제의 24%에 그친다. 그는 “우리 제품이 좀 더 비싸기는 하지만 해마다 도로 보수 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훨씬 경제적”이라며, “줄어든 보수 비용을 고스란히 이익으로 가져갈 수 있는 민간 도로업체에는 더없이 경쟁력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소금 염화칼슘 1톤 가격이 미국에서 100달러 정도 한다고 해요. 그런데 미국 자료에 의하면, 도로 보수나 차량 하부가 부식돼 교체하는 비용이 3300달러입니다. 유지 보수를 위해 무려 33배의 돈을 쓰게 되는 것이죠. 저희 제품 가격이 2~3배 비싸지만 이러한 사후 비용을 생각하면 구매를 망설일 이유가 없어요. 정부 기관에 비해 빠른 결정을 할 수 있는 민간 도로업체를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입니다. 국내보다 먼저 일본에 수출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고요.”

버려지는 불가사리를 100% 자원화하는 데 성공 스타스테크는 제설제 외에도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물질로 페넬라겐이라는 콜라겐 전달물질을 만든다. 피부에 콜라겐을 발라도 각질층을 통과하지 못해 효과가 떨어지는 점에 착안, 피부 깊숙이 전달되도록 하는 원료 물질을 만들었다. 제품으로 만들어져 현재 병·의원 피부과에 판매하고 있다.
제설제를 위한 다공성 구조체와 콜라겐 전달물질을 추출하고 남은 폐기물은 액상 비료로 만든다. 스타스테크의 기술은 쓰레기로 소각되면서 또 다른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불가사리를 100% 자원화했다는 점에서 더욱 혁신적이다.
해마다 정부가 어민들로부터 수매하는 불가사리는 3,000톤에 이른다. “그중 우리가 소비하는 불가사리는 연간 300톤 수준으로 아직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양 대표는 “시장을 키워 이 불가사리를 모두 소진하게 된다면, 그때 회사 매출은 엄청난 규모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빠르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특성을 활용해 환경적(E), 사회적(S), 거버넌스(G)를 고려한 경영에 꾸준한 노력을 해나갈 것입니다.”

친환경 기술로 새로운 시장 개척 이처럼 쓰레기를 자원화한다는 보람은 그와 직원들이 회사를 운영해 나가는 동력이다. 그는 “해양생태 보호나 환경보존 같은 거창한 사명감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고 솔직히 고백하며, “친환경 기술이 이전에는 후손을 생각하고, 지구를 위한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지금은 경제적인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명분으로 시작한 친환경 솔루션이라도 누군가는 이를 통해 이익을 얻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늘 마음에 새깁니다.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다 해도 기업의 본질은 돈을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자본을 투입해 더 많은 이익을 내는 엔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본질을 벗어나 환경적 가치만을 추구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고, 사업이 망하면 그 가치를 지켜나갈 수 없잖아요. 이 큰 틀 속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친환경 케미컬 분야의 세계적 기업을 꿈꾼다 ESG에 대한 생각도 확고하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E’, 즉 환경이다. 그는 “환경이라는 키워드는 그동안 반짝 유행처럼 지나가는 경향이 있었지만 앞으로 ESG 경영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나 가치는 영속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희는 명확한 환경적(E), 사회적(S) 가치가 있기 때문에 거버넌스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특성상 빠르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꾸준히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기존에 없던 기술을 세상에 선보이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는 양승찬 대표. 그의 꿈은 스타스테크를 친환경 케미컬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IT나 플랫폼 기업이 아닌 전통 산업군인 화학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