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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환경교육으로

지속 가능한 지구를 꿈꾸다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신경준

그에겐 ‘바쁨’이 곧 ‘기쁨’이다. 자신을 찾는 곳이 많을수록 환경교육에 대해 말할 기회도 늘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유일의 환경교사이자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이다. 전국 50만 교원 가운데 환경교사는 고작 37명뿐.
기후위기와 환경 재난의 시대, 더 좋은 환경교육 제공과 더 많은 환경교사 배치에 힘쓰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아이들과 함께 모색한 지 16년.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길목에 그가 서 있다.

글. 박미경 / 사진. 이용기

삶으로 연결되는 배움, 환경교육 환경교육은 ‘앎’과 ‘삶’을 하나로 만드는 과정이다. 수업 시간의 배움이 일상에서의 실천과 나눔으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까닭이다. 교내 생물종을 배운 뒤 집에 자기만의 식물원을 꾸려보는 일, 자원과 에너지에 관해 공부하면서 학교에 미세먼지 프리존을 만들어보는 일, 환경 정의에 대해 배우면서 캄보디아에 각자의 폐안경을 기부하는 일…. 그의 수업을 통해 이뤄지는 ‘흔한’ 일들이다. 그에게 아이들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벗이자 동지들이다.
“지금은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환경에 대한 감성과 인식이 밑바탕에 있어야 해요. 환경문제를 사회·경제·문화적 논점에서 폭넓게 이해하도록 하는 것, 그 이해를 토대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환경교육의 목표예요.”
환경 수업이 ‘융합’으로 이뤄지는 건 그 때문이다. 밤섬 람사르습지를 배우면서 정약용의 한시 ‘하일용산잡시(夏日龍山雜詩)’를 음미하거나, 쓰레기 매립지가 있던 난지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선의 그림 ‘금성평사(錦城平沙)’를 감상하는 식이다.

자신의 방을 ‘제로 에너지’로 디자인한 뒤 모형으로 만들기도 하고, <빙하가 사라진 내일>이라는 책을 함께 읽고 네 컷 만화를 그리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환경 감수성이 길러진 아이들은 가족들에게 에너지를 절약하라고 ‘잔소리’를 하곤 한다. 학부모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그는 번번이 가슴이 뛴다.

우리에게 더 많은 환경교사가 필요한 이유 “기후위기가 여간 심각하지 않아요. 북극권 시베리아에서 초여름에 영상 38℃를 기록하는가 하면, 캐나다에선 한겨울에 영상 22℃까지 올라가는 이변이 생겨나고 있어요.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과 홍수 같은 재난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고요. 지구 공동의 집에서 그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어요. 학교에서의 환경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죠.”

해외에선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환경교육의 발걸음이 매우 빠르다. 영국 노스오브타인(North of Tyne) 지역은 학교마다 1명씩의 환경교사를 배치하고 있고, 이탈리아는 초·중·고 전 학년에 일주일에 한 시간씩 기후환경 교육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환경 과목을 선이수 9학점으로 제도화한 곳은 핀란드다. 호주의 고등학교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모든 학교에서 환경 과목을 가르치고,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유아는 물론 초·중·고교생 140만 명이 환경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정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학교의 모든 과목에서 기후생태를 가르치도록 교육기본법이 바뀌었지만, 2022년 현재 전국 50만 교원 가운데 환경교사는 37명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서울에선 제가 유일해요. 우리에겐 더 많은 환경교사가 필요합니다.”

“친환경 시대를 넘어 필환경 시대인 이때, 학교에서의 환경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절약하는 삶, 행복으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 그는 20대를 온통 대학에서 보냈다. 첫 전공은 건축학. 태양광 건축을 공부한 뒤 IMF 외환위기를 맞았고, 건축 분야에 찬바람이 불면서 환경교육 전공으로 학업을 다시 이어갔다. 숭문중학교 환경교사로 부임한 건 2006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수업 도중 속보로 접했고, 그때부터 전기에 의존하는 삶을 바꿀 방법에 대해 새롭게 공부했다. 그가 대변인으로 있는 한국환경교사모임은 ‘한국 교육계의 멸종위기종’으로 불리는 환경교사들이 더 나은 환경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해 가는 민간단체다. 각자의 소속 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에코주니어’들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꿈꾸고 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절약’ 속에 있다고 믿어요. 한정된 자원을 아껴 써야 지구라는 집에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어요.”
그는 비닐 한 장을 넉 달씩 쓴다. 물질의 풍족함을 포기해야 마음이 풍요롭다는걸 그의 환한 미소가 증명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