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교육계의 멸종위기종’이라 소개하는 교사가 있다. 서울 숭문중학교에서 오랜 시간 환경교육을 해온 신경준 교사다.
입시 위주 교육이 대세인 여건 속에서도 그는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환경문제를 일상의 언어로 만든다.
글. 정라희 사진. 오충근
자신을 ‘교육계의 멸종위기종’이라 소개하는 교사가 있다. 서울 숭문중학교에서 오랜 시간 환경교육을 해온 신경준 교사다.
입시 위주 교육이 대세인 여건 속에서도 그는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환경문제를 일상의 언어로 만든다.
글. 정라희 사진. 오충근
2006년 부임 이후 최근까지도 제가 서울의 유일한 환경 교사였어요. 올해 비로소 서울 지역 환경 교사가 두 명이 되었습니다. 시야를 넓혀 2026년 현재 전국을 보면 아직도 환경 교사는 총 28명에 불과합니다. 모든 학교에서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교육 정책이 생겼지만, 정작 현장에서 전문적으로 환경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부족한 현실입니다.
다른 교과에서도 환경을 주제로 융합 교육을 합니다. 학교마다 환경교육은 하고 있지만 얼마나 전문성, 통일성이 있게 이루어지는지 알기 어려워요. 제대로 된 융합을 하려면 ‘어떻게 환경교육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환경교육에서 추구하는 가치관과 삶의 질 문제를 수업에 온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환경 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에 환경부가 있듯, 학교에서도 다양한 과목 사이에서 환경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환경 교사가 할 수 있습니다.
환경 교사가 아닌 비전공자가 접근하는 환경교육은 단계별 접근보다 이슈를 주로 다루는 경향이 강해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북극곰이나 펭귄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다가 탄소 절감 활동으로 바로 넘어가는 거지요. 당장 내 일상과 멀게 느껴지니 아이와 어른 모두 공감하기 어렵고, 교육의 실효성도 떨어집니다. 저는 환경 교사로서 ‘감성’, ‘지식’, ‘시스템 사고’, ‘지속가능성’ 그리고 ‘기후 행동’으로 이어지는 ‘환경교육 5단계’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첫 단계인 ‘감성’은 등굣길에 만난 아름다운 꽃나무와 식물 그리고 새소리를 이야기하는 데서부터 접근합니다. “알면 사랑한다”라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님의 말씀처럼, 나와 자연 사이의 관계를 깨닫는 데서 환경을 보호하고 연대하려는 마음이 싹트거든요. 주변의 생물다양성을 이해하는 과정을 넘어가면 자연에서 얻는 혜택 그리고 인간이 소비하는 자원과 에너지 등을 포함해 지구의 현실은 어떤지 ‘지식’으로 알아갑니다. 다음으로는 우리가 소비한 자원과 에너지로 인해 발생한 온실가스가 지구의 기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고해 봅니다. 이후에는 기후가 변하는 지구 공동체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미를 학습합니다. 나아가 우리가 사는 마을, 도시, 국가, 세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준비하는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갑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수업의 막바지에 이르면 비로소 이전에는 나와 별개로 여겨졌던 지구 반대편의 북극곰과 펭귄을 돕고 연대하려는 마음이 우러나지요.
이 학교 학생 대부분이 환경이라는 과목을 제 교실에서 처음 만나요. 다른 과목 수업에서 공기, 물, 흙, 이산화탄소, 기후 위기 같은 소재를 다뤘어도 이런 요소를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해 본 경험이 없죠. 개별 과목에서 다룬 환경 소재는 아이들의 머리에서 쉽게 잊히고, 환경은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지킬 거라고 여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생물다양성을 인식하고 관계의 회복을 다루는 ‘감성’ 단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사소하게는 장보기 목록에서 페트병 생수를 빼고 정수기나 텀블러를 쓰자고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최근엔 자원과 에너지 수업의 하나로 한 달 동안 ‘제로 에너지를 적용한 내 방 설계 및 모형 만들기’ 전시회를 준비 중입니다. 태양광, 풍력, 에너지저장장치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미래의 내 방을 설계하는 수업인데,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방에서 필요 없는 물건을 발견하고 자발적으로 공간을 비워갑니다. 또 수업하는 동안 누군가 앞장서서 캠페인을 추진하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합니다. 생수를 사지 않고 아낀 용돈을 모아 식수 위기 지역을 후원하는 단체에 보내거나, 학교에 설치된 수거기에 페트병을 넣어 모은 포인트로 저소득층에 기부하기도 합니다. 생수 소비를 줄여 용돈을 아끼고 그 이익의 일부를 모아 세상과 연대하는 활동으로 확장하는 겁니다. 폐건전지를 수거하거나 안 쓰는 안경을 모으는 캠페인에도 참여합니다. 안경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캄보디아에서는 안경 하나 값이 한 달 월급과 맞먹는데요. 아이들이 보낸 안경은 안경사의 손을 거쳐 도수별로 분류되어 전해집니다. 서랍 속에 넣어둔 안 쓰던 안경 하나가 그곳 아이들의 일상을 새롭게 바꿔주는 거지요.
첫 수업 때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놀라워해요. 그때마다 저는 ‘살면서 마지막으로 들을 이야기일 수 있으니 꼭 기억해 달라’라고 당부합니다. 혼자 하는 환경 실천은 다소 외로워 포기하기 쉽지만, 함께하면 할 만해집니다. 환경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스스로 실천하고, 가족의 생활을 바꾸며, 나아가 친구나 이웃 등 사회로 활동을 넓혀가요. 숭문중학교가 있는 마포구 지역의 쟁점인 소각장 신설 문제에도 자원순환에 관해 배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대안 정책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에서 발표한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목표가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 전망치를 30퍼센트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소각장을 더 짓기 전에 쓰레기를 줄이는 절약 정책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담아 서울시의회에 직접 민원과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어요. 미래 세대의 자원을 당겨쓰는 현실을 직시한 학생들이 청소년의 시각에서 사회에 목소리를 낸 것이지요.
올해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향후 10년간 장기 리스크 10위권 안에 극단적 기후 현상,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붕괴, 극심한 지구 환경 변화, 천연자원 고갈, 환경오염 등 환경 문제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요. 이런 문제는 지역 갈등으로 확장되고 있고요. 그러니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는 시대인 거지요. 의사라면 감염병이나 폭염에 노출된 환자를 치료하고, 공무원이나 정치인은 환경 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올바른 정책을 제안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후 위기 시대인 지금은 어떤 직업을 갖든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곤 합니다.
한국에서는 인구 대다수가 도시에 거주해요. 우리는 자연 속에 살면서 그 존재를 자주 잊곤 합니다. 언제 해가 뜨고 지는지도 의식하지 않지요. 저는 아침에 해가 뜰 무렵 창문을 열고 새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그 시간에 새들이 가장 활발하게 노래하거든요.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새소리가 줄고 봄이 와도 나비와 곤충이 보이지 않습니다. 환경운동가이자 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이 말한 ‘침묵의 봄’이 도심에 다가온 겁니다. 매일 스치는 가로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거나, 24절기의 변화에 삶의 방식을 맞춰가는 경험도 괜찮습니다. 매일의 작은 실천이 곧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는 첫걸음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