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라운지

쓰고 다시 채우는 삶

우리 같이 리필 해요

샴푸 한 통을 다 썼다. 자연스럽게 빈 용기를 버리고 새 제품을 산다. 그러면서도 매번 버려지는 플라스틱 통이 마음 한구석에 걸린다. 샴푸, 세제, 섬유유연제처럼 떨어지면 다시 구매해야 하는 품목들. 통은 그대로 둔 채 내용물만 다시 채우면 어떨까. ‘리필 스테이션’은 개인이 가져온 용기에 샴푸와 세제, 화장품 같은 내용물을 필요한 만큼 덜어 구매하는 곳이다. 불필요한 포장재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는 점에서 친환경 소비 방식으로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한국에 리필 스테이션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2020년 무렵이다. 플라스틱 분리배출,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니 기업들이 움직였다. 이마트는 2020년 대형 할인점 내에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판매하는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인 뒤 매장을 13개까지 확대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생활용품·화장품 기업도 리필 스테이션 사업에 뛰어들어 내용물만 사는 풍경이 친환경 소비의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마트는 2024년 말 에코 리필 스테이션 운영을 종료했고, LG생활건강도 마지막으로 남은 매장의 문을 닫았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리필 스테이션 운영을 중단했다. 매장에 공간과 인력, 장비를 투자한 만큼 수요가 따르지 못한 점이 표면적인 이유로 꼽혔다. 제도도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화장품 내용물을 덜어 판매하려면 ‘맞춤형 화장품 제조 관리사’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이 매장에 상주해야 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유통·생활용품 업계의 친환경 행보를 상징했던 리필 스테이션이 빠르게 자취를 감춘 이유다.

채우고 또 채우는 생활, 리필은 이어진다

그렇다고 ‘리필’이라는 소비 방식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선을 대형 유통 매장 밖으로 돌리면 크고 작은 제로웨이스트숍과 지역 리필 스테이션에서 빈 용기를 채우는 모습이 보인다. 과거처럼 대형 할인점 한쪽에 자리 잡은 리필 매장만이 아니라 매장과 지역, 서비스에 따라 여러 형태로 리필 문화가 이어진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알맹상점’이다. 2020년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출발한 알맹상점은 세제와 화장품, 식품 등을 개인 용기에 덜어가는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한다. 이후 서울역에도 공간을 열어 리필과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알렸다.
리필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라는 거창한 이름보다 생활 속 작은 습관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전용 매장을 찾아 빈 용기를 채우고, 처음부터 내용물만 보충해 사용하는 리필형 제품을 선택한다. 방식은 조금씩 달라도 핵심은 같다. 한 번 사용한 용기를 바로 버리지 않고 다시 사용하는 것. ‘버리고 새로 사기’ 대신 ‘채우고 다시 쓰기’를 택하는 움직임은 여전히 우리 일상 곳곳에서 발견된다. 집에 굴러다니는 빈 용기를 찾아보자. 용기 안을 깨끗이 씻고, 건조를 마치면 준비 완료다. 리필의 세계로 가는 발걸음이 더 나은 지구를 만든다.

  • 서울_알맹상점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 대용량 통에 세탁세제, 주방세제, 섬유유연제, 샴푸 등이 담겼다. 소비자는 개인 용기에 필요한 만큼 제품을 소분하고, 무게를 재서 구매한다. 차와 원두 등도 판매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자원을 모아 새로운 쓰임을 찾는 캠페인 활동, 원데이 클래스 운영에도 힘쓴다. 이름처럼 불필요한 포장은 덜어내고 필요한 ‘알맹이’만 챙겨가는 곳이다.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5길 47, 3층

    0507-1386-1064

    매주 화요일~일요일, 월요일 휴무

  • 서울_순환지구

    순환하는 자원, 순환하는 지구를 위해 운영하는 가게다. 원하는 제품을 공병에 담으면 제품명과 품목, 소분 일자와 제조 일자, 유통기한이 적힌 스티커를 붙여 직관적으로 알아보도록 했다. 세제는 물론 백미나 귀리 같은 곡류 혹은 통후추, 로즈메리 등 향신료 구매가 가능하다. 대나무 칫솔, 천연 수수 수세미 등 친환경 생활용품과 비건 식재료도 다양하다.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로25길 8

    02-921-3888

    매주 화요일~일요일, 월요일 휴무

  • 경기도 부천_산제로상점

    물건을 사고파는 가게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동네의 자원순환 거점을 꿈꾼다. 제로웨이스트숍인 상점은 무포장·생분해 제품과 녹색제품, 공정무역제품 등을 판매하고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한다. 플라스틱을 수거해 새 자원으로 활용하는 ‘플라스틱 방앗간’부터 환경교육·캠페인까지 활동 영역이 넓다. 지역 주민이 함께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는 협동조합형 마을기업이다.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성주로34번길 40 나동

    0507-1390-2732

    매주 월요일~토요일, 일요일 휴무

  • 부산_빛나는 숲솝샵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할 염려를 더는 세정 제품이 있다. 바로 비누다. 포장재를 종이로 만든다면 포장은 흙으로 분해되고, 세정제는 물에 녹아 없어진다. 해운대에 자리한 리필 스테이션, 제로웨이스트숍이자 천연 비누 공방이다. 천연 재료를 사용해 환경에 피해가 적고, 예민한 피부에도 자극이 덜하다.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니 체험을 신청해도 좋겠다.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2로 66 1층

    070-8657-1789

    매주 월요일~토요일,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