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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답이다

폐기물 관리, 공공성 강화 시급하다

현 정부 출범 후 가장 강조되고 있는 국정 운영방향 중 하나는 ‘공공성’이다. 여기에는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
그리고 정의로운 결과를 위해 공공부문이 먼저 그 책임과 역할을 다 하겠다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프라 공공성 강화정책이고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이 폐기물 관리이다.

글. 봉승권 기자(건설경제신문)

잊혀질만하면 불거지는 폐기물 무단투기

국민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는 철도나 도로 등 교통 서비스는 공공이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불가피하게 민간이 제공하는 인프라에 대해서는 이용자들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책방향이다. 정부는 이미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연휴기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전액 면제하고, 민자 고속도로는 민간 사업자의 운영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통행요금을 낮추는 등 공공성 강화 효과를 국민에 되돌려 주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공공성 강화가 시급한 또 다른 분야로 폐기물 관리 및 재활용 분야를 꼽을 수 있다. 언제부턴가 폐기물도 자원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지만, 실체적인 폐기물의 자원화 규모나 속도는 국민적 기대치에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잊혀질만하면 불거지고 있는 폐기물 무단투기나 방치 사건이 이를 방증한다. 올 초 정부 추산에 따르면, 전국에 쌓여있는 불법 폐기물 규모는 무려 120만 3,000톤에 달한다. 1톤 트럭(4m)에 실어 한 줄로 세우면, 서울과 부산을 5번이나 왕복하고도 남을 양이다. 정부가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처리해도 3년 이상이 걸린다.

폐기물 처리, 공공부문이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소위 ‘돈’이 되는 폐기물, 혹은 처리가 용이한 폐기물은 어느 정도 ‘소화’가 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폐기물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기존에는 없었던 첨단 신기술과 융합기술이 등장하면서, 폐기물의 규모와 종류도 이미 민간영역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매립이나 소각시설은 물론, 친환경적인 재활용 시설마저도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기피대상 내지 혐오시설로 ‘낙인’이 찍혀 있다.
결국 공공부문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관련 법 개정 등 제도개선을 포함한 다양한 폐기물 공공성 강화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의 폐기물 종합관리대책을 마련했고, 대대적인 단속ㆍ점검활동과 더불어 내년부터는 국가 주도의 공공 폐기물 처리시설(폐자원 관리시설)도 확충하기로 했다. 특히 공공 처리시설은 다양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우선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일 수 있다. 발생원인과 종류, 규모 등에 따라 재활용 및 저감기술을 지원하고, 필요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폐기물 발생량과 배출량을 줄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각종 산업 및 건축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효과도 크다. 사실상 대부분의 폐기물 관련 불법행위는 비용문제와 직결돼 있다. 공공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면 불법행위를 예방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폐기물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도 공공의 역할은 중요하다. 체계적인 공론화 절차를 비롯해, 지역과 주민에 대한 다양한 기여방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른바 ‘님비(Not In My Back Yard)’현상을 극복하는 데도 한결 수월할 수 있다.

체계적인 공론화 절차를 비롯해, 지역과 주민에 대한 다양한 기여방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른바
‘님비(Not In My Back Yard)’현상을 극복하는 데도 한결 수월할 수 있다.

민·관의 협력으로 공공성 강화의 지혜가 필요

다만, 폐기물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설계와 전향적인 민·관 협력방안이 필요하다. 민간의 시장영역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상호 보완적인 상생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벌써 공공 처리시설 확충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간의 처리 및 재활용 기술발전을 저해하고 일감만 빼앗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폐기물 종류별로 형성돼 있는 민간의 처리구조를 고려하지 않으면 국가 전체의 폐기물 관리체계가 부실해 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지자체 및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의 책임과 역할을 규정하고, 공공성 강화의 목적과 범주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민간의 기술과 시장을 육성하면서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 그리고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자원화 신기술ㆍ신사업 영역을 창출해 내는 것이 공공부문의 역할이자 책무다.

※ 이 기사의 내용은 한국환경공단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