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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스터디

‘탈(脫)석유’를 외치는 그라츠
석유 없는 1,000년을 준비하다

오스트리아 남쪽 무어(Mur)강 변에 위치한 그라츠(Graz)는 1,000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古都)다. 한때 동서 유럽의 관문 역할을 했던 이곳이
다시금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적극적인 ‘탈(脫)석유’로의 행보 덕분. 화석연료시대를 벗어나 신재생에너지로 이끄는
관문 역할을 하는 그라츠, 그 중심에 미래 수송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식물연료’가 있다.

글. 편집실

폐식용유로 달리는 자동차와 버스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그라츠. 그라츠를 대표하는 상징물은 그라츠 역 광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광장에 서 있는 초록색 버스. 평범해 보이는 이 버스가 특별한 것은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디젤유(BD100)를 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인구 25만의 그라츠를 달리는 152대 모든 버스가 이와 같다. 단 한 대의 예외도 없다. 덕분에 오늘날 그라츠는 대표적인 유럽의 환경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알프스 남사면에 위치한 그라츠는 과거 198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오히려 날로 악화되는 대기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화석연료 난방과 교외의 차량 통근 숫자의 증가 때문이기도 했지만, 분지 지형에 위치하여 외부와의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탓도 컸다.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오염 수준, 그라츠의 대기 질 문제는 1988~1989년 겨울 스모그로 정점에 이르렀고 당장 대책이 필요했다. 이에 그라츠 등 슈티리아 지역 일원이 ‘공기 정화 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일련의 환경 정책이 적용된다.
그라츠는 우선 간선도로를 제외한 시내 전역에 시속 30km의 속도 제한을 유럽 최초로 시행하였다. 오스트리아 최초의 교통센터를 설립하고 시내 중심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 트램을 적극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교통정책을 실시한다. 1993년, 그린피스 기후보호상 수상을 시작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시민의 힘’으로 이룬 변화와 혁신

특히 주목할 것은 보다 친환경적인 바이오디젤 연료의 도입이다. 치솟는 유가와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감지된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위기에 훌륭한 대안으로 꼽히는 바이오디젤은 무엇보다도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뛰어나다. 왜냐하면 그 원료가 콩, 유채, 야자수와 같은 식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1994년 시내버스 2대로 시작한 그라츠의 ‘탈(脫)석유’ 실험은 이후 10년이 지난 2005년, 시의 모든 버스를 ‘콩기름 디젤유’화 하는 데 성공한다. 그 결과,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 또한 현격히 줄었다. 그라츠의 이러한 정책 및 시스템의 성공적인 정착은 시민은 물론 수거, 생산업체, 운송업체, 그리고 시 정부가 벌여온 체계적인 노력의 합작품이다. 각 가정과 레스토랑,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는 요리를 하고 남은 폐식용유를 따로 모아 수거 차량이 오면 실어 보낸다. 자그마치 연간 2,000~3,000t에 달하는 양은 그라츠의 버스와 자동차를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에코서비스’, ‘SEEG’는 도시 전 지역을 샅샅이 돌며 폐식용유를 수거하고, 이렇게 모인 폐식용유를 원료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한다. 그라츠의 공공버스 회사인 ‘GVB’는 2005년 자사의 모든 버스를 100% 폐식용유 디젤로 바꿨다. 택시회사 ‘TAXI878’과 화물운송 업체 ‘FRICUS’ 역시 일부 차량을 바이오디젤로 운행, 그 범위를 점차 확대 중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그라츠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과 참여정신이 없었다면 그라츠의 혁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