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칼럼

기후변화가 부른 ‘극한호우’로부터 살아남는 방법

지난해 8월 4일, 전남 무안에는 시간당 140밀리미터를 넘는 비가 내렸다. 하천이 범람해 6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으며, 논과 밭이 잠겼다. 상가와 민가에도 물이 들어차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2024년 7월 18일 경기도 파주에는 하루 만에 514밀리미터의 비가 내렸다. 앞으로 이런 비는 더 많이, 더 자주 내릴 전망이다. 1시간 누적 강우량이 50밀리미터 이상이면서 3시간 누적 강우량이 90밀리미터 이상인 경우 또는 1시간 누적 강우량이 72밀리미터 이상일 때를 ‘극한호우’라 부른다. 과거 통계와 비교해 시간당 강수량이 72밀리미터 이상인 경우를 ‘10년 빈도의 비’라고 한다. 10년에 한 번 만날 정도로 드물게 많은 비라는 소리다.
그런 비가 2025년은 물론 2024년, 2023년에도 내렸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처럼 증가한다면 2100년엔 시간당 230밀리미터의 비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10년에 한 번 내려야 할 비가 매년 내리는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꼽힌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높아져 공기 중에 더 많은 수증기가 녹아든다. 하늘의 물통 용량이 커진 셈이다. 이 물이 한 번에 쏟아지면 극한호우가 된다.

땅속으로 흘려보내고 녹색 스펀지로 가두고

재앙이 닥칠 테니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한발 늦었다. 기후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며, 우리 삶을 할퀴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적응’이라는 개념이 자주 언급된다. 이제 일상인 기후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마련해 뒤바뀐 세상에서 살아남자는 게 골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3년 12월 ‘치수 패러다임 전환 대책’을 내놨다. 홍수 대비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댐 10개, 대심도 빗물터널을 6개 새로 건설하자는 내용을 포함한다.
빗물저류배수시설이라고도 부르는 대심도 빗물터널은 이름처럼 땅에 고인 물을 지하의 거대한 배수로를 통해 강으로 내보내는 시설이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한국 최초의 빗물저류배수시설 ‘여월빗물배수시설’은 길이 1.1킬로미터, 지름 4.3미터인 하수 터널과 분당 255톤의 물을 내보내는 오정빗물펌프장으로 구성됐다. 오정빗물펌프장 저류조는 최대 1만 5000톤의 빗물을 저장한다. 빗물저류배수시설이나 댐, 제방과 같은 대규모 콘트리트 시설은 ‘그레이 인프라’라고 부른다. 이웃한 일본도 극한호우에 대비하기 위해 그레이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설이 도쿄 지하에 만든 지하터널이다. 도쿄에는 총 264만 세제곱미터의 빗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지하터널 등 조절지를 도내 총 27곳에 건설했다. 일본은 나아가 땅속 터널을 도쿄만까지 연결해 일종의 ‘땅속 하천’을 건설할 계획이다.
독일 베를린은 전혀 다른 전략을 내세웠다. 바로 도시 전체에 녹지를 확충해 녹색 스펀지를 마련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도심 녹지 요소를 활용해 홍수를 조절하는 전략을 ‘그린 인프라’라고 한다. 옥상 정원, 투수성 도로포장, 거리 화단 등에 빗물이 자연스레 스며들어 홍수 완충재를 만들었다. 독일 베를린의 포츠담 광장은 그린 인프라의 좋은 예시다. 전체 면적 2만 6444제곱미터인 포츠담 광장에 내리는 비는 모두 그린 인프라에 저장한다. 최대 저장용량은 무려 총 5700세제곱미터에 달한다.
그레이 인프라와 그린 인프라는 동시에 활용할 때 빛을 발한다. 그레이 인프라의 빗물 처리 능력은 그린 인프라보다 월등하지만, 그레이 인프라와 그린 인프라의 기능이 조금 다르다. 그레이 인프라는 내리는 빗물을 빠르게 내보내는 데 쓰인다. 순간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 그레이 인프라의 처리 용량이 한계에 다다른다. 이때 그린 인프라가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그레이 인프라로 들어갈 빗물의 일부분을 분담해 처리하면 홍수 걱정이 덜어진다.

홍수를 막을 완벽한 방법은 없다

앞날을 대비해 새로 인프라를 더 짓자는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그 어떤 인프라로도 시간당 230밀리미터라는 극한호우를 완벽히 막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빗물 처리량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은 비구조적 대책이 중요하다고 짚는다. 극한호우를 예측해 경고함으로써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2022년 서울 신림동에 내린 극한호우로 반지하에 거주하던 일가족이 목숨을 잃은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다른 자연재해처럼 극한호우도 사회 가장자리에 놓인 이를 먼저 노린다. 이를 막기 위해 침수가 발생할 시기에 해당 장소에 있는 대상자에게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침수 경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을 거론하지만, 그레이·그린 인프라와 함께 더욱 정교한 예측·경고 시스템을 견고히 구축할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바뀐 날씨, 끊임없는 재해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기후적응 시대. 거대한 인프라와 함께 사람을 살리는 치밀한 대응책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독일 베를린 포츠담 광장

도시를 홍수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건설한 지하 배수 시설
일본 사이타마현 G-Cans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