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처럼 고요하다가도 격랑이 밀려와 모든 걸 휩쓸고 가는 바다.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자리한 경기해양안전체험관에서 우리 인생을 닮은 바다와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
글. 강은주 사진. 오충근
거울처럼 고요하다가도 격랑이 밀려와 모든 걸 휩쓸고 가는 바다.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자리한 경기해양안전체험관에서 우리 인생을 닮은 바다와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
글. 강은주 사진. 오충근
무수한 섬과 유려한 해안선을 품은 남해, 시원스러운 파도가 밀려오는 깊고 푸른 동해, 넉넉한 갯벌과 타는 듯한 낙조를 자랑하는 서해. 한반도 삼면의 세 바다는 우리 삶의 무대이자 정다운 놀이터다. 날씨·계절·물때에 따라 변화무쌍한 바다를 온몸으로 경험하게 하는 곳이 있으니, 경기도 안산 대부도의 경기해양안전체험관이다. 지하 1층 해양 생존 체험관부터 지상 3층 응급처치실에 이르는 공간에서 가상의 해양 재난 상황을 체험하고 대응하는 법을 익힌다.
바다와 뱃길과 해수욕장에 둘러싸인 경기해양안전체험관은 실전형 체험 공간이라 할 만하다. 서울 도심에서 남서쪽으로 한 시간 이십 분쯤 달리면 서해를 마주한 시흥 오이도항이 나타나고, 여기서 다시 12킬로미터가량
이어진 시화방조제를 건너 안산 대부도에 다다른다. 경기해양안전체험관 건물은 섬 입구인 옛 방아머리 선착장 옆에 올라섰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해양 구조 현장을 맞닥뜨린다. 바다 한복판처럼 꾸민 벽면에 실제 구명정과 모형 구조 헬기, 드론을 설치해 실감 나는 재난 상황을 연출한다. 바닷가 생활 안전 수칙, 해양 안전 기술을
망라한 전시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1층에서는 바다가 지닌 여러 가지 위험 요소를 조망하는 전시가 펼쳐진다. 좁고 유속이 빠른 남해, 조수간만의 차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서해, 수심이 깊고 해안 절벽이
아찔한 동해에서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은 물론 해파리, 상어, 파란고리문어, 바다뱀 등 해양 동물을 만났을 때 행동 요령과 응급 처치법을 공부한다. 다양한 종류의 구명 장비를 살피고, 국제해사기구가 지정한 안내표지
IMO 심벌도 익힌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대형 선박 사고를 표시한 지도도 볼 수 있다. 전시실 한편엔 2014년 침몰한 세월호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는데, 희생자를 추모하고 참사를 기억하며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우리는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으로 2021년 건립한 경기해양안전체험관의 기획 취지를 곱씹는다.
이제는 몸을 던져 사고 상황을 해결하는 2층 안전 체험장으로 간다. 2층의 모든 체험 공간은 조타실, 갑판, 선실 등을 촬영 세트장처럼 재현해 몰입감을 더한다. 넓은 스크린으로 평택항을 주시하면서
선장·조타수·항해사·전탐사 등 선원 역할을 맡아 운항을 체험하고, 해양 안전을 지키는 무인 로봇에 대한 4D 실감 영상과 VR 안전 콘텐츠를 감상했다면 비로소 준비 운동을 마친 셈이다. 본격적으로 사고가 벌어지는
선박 비상 상황 체험에 돌입할 차례다.
첫 번째 미션은 구명조끼와 안전 장비를 갖춘 채 최대 30도까지 기울어진 배 모형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버티는 임무다. 무사히 나왔다고 끝이 아니다. 스크린 위 갑판에서 불이 나는데, 이때 구명정을 띄워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게 두 번째 미션이다. 구명정 사용법을 손에 익혀야 이 단계를 통과한다. 세 번째 미션은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에 벗어나기. 한 손으로는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완전히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선박
벽을 두들기며 비좁은 선실 복도를 지난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자세는 몸을 둥글게 웅크린 채 오리걸음으로 이동해야 한다. 기울기가 급해서 미끄러지기 십상이고, 연기가 자욱해 앞이 보이지 않는다. 빛이 보이는 방향으로
조금씩 기어 나간다. 체험일 뿐임에도 실제 상황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다행히 응급 처치 실습장에서 이루어지는 심폐소생술 수업이 마지막 관문이다.
선박을 탈출했으니 물에서 헤엄쳐 나올 차례다. 지하 1층은 비상 탈출 체험과 이안류 체험이 이루어지는 수조 공간이다. 대형 선박 갑판의 높이에 맞추어 설치한 강하식 탑승 장치(슬라이드)와 비상 탈출용 사다리를 이용해
구명 뗏목까지 이동하고, 조난 신호를 보내 안전하게 탈출하는 법을 몸으로 학습한다. 이안류, 즉 거꾸로 흐르는 파도에 대처하기 위해 생존 수영의 기본자세인 누워뜨기도 체험한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최대한 이안류에
맞서 누워뜨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 바다 한복판에 표류했다면 해변 기준 45도 방향으로 이안류를 피해 헤엄쳐 나와야 한다는 사실도 함께 배운다.
몸은 기억한다. 경기해양안전체험관은 결정적 순간에 우리를 구할 무기, 경험을 선사한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해양 사고는 잠재적, 현실적 위험 요소다. 예방이 최선이지만, 사고가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지키는 생존
기술 습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올여름 바다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에게 경기해양안전체험관을 권한다.
구명환 소재로 만드는 미니 구명조끼 열쇠고리, 드로백 밧줄로 완성하는 열쇠고리, 커피 찌꺼기로 빚는 친환경 커피박 탈취제,
스칸디아모스로 꾸미는 마이크로 바다정원까지. 손을 놀리는 동안 해양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자연스레 깨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