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vironment 초록 공감 2

Environment 초록 공감 2
음성안내
하루하루 성실하게
새록새록 감사하게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우지원
그는 나무보다 숲을 보는 사람이다.
농구선수 시절부터 배우 겸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지금까지, 그에게는 늘 목표를 공유하는 ‘팀’이 있다.
‘나’보다 ‘전체’를 생각하는 것에 그가 매우 익숙한 이유다. 환경 실천도 숲을 보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다.
올해 쉰 살이 된 그는 다음 세대에게 덜 아픈 지구를, 더 푸른 자연을 물려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라 믿는다.
새로 들어선 어른의 길에 희망의 햇빛이 환하다.
글. 박미경 / 사진. 한상훈
사람도 자연도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삶의 어느 길목에서 문득 새롭게 다가오는 낱말들이 있다. 평소 익숙하게 써왔는데도, 어느 날 불쑥 가슴을 파고드는 단어들. 그에게는 ‘리바운드(슈팅한 공이 골인되지 않고, 링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나오는 것)’가 그중 하나다. 리바운드는 실패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얻는 일이다.
전직 농구선수이자 현직 농구교실 운영자로서 숱하게 써왔을 그 말에 대해 그는 요즘 다시 생각한다. 농구선수에서 농구해설가로, 방송인으로, 배우로….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면서 ‘인생이 곧 리바운드’란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그걸 알고 나니 괜스레 흐뭇하다. 또 한 번의 도전을 앞두고 처음처럼 가슴이 뛴다.
“<어게인! 여고동창생>이라는 창작뮤지컬에 출연하게 됐어요. 중년이 된 고교동창생들이 같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젊은 시절을 추억하는 작품이에요. 제가 맡은 역할은 고교 때 농구선수로 인기를 끌다 패션모델이 된 우지원이라는 인물이에요. 연출을 맡은 박해미 배우님의 제안을 받고, 언제 또 이런 배역을 해보나 싶어 함께하게 됐어요. 처음보다 분량이 늘어나 좀 버겁지만,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 중이에요.”
그가 리바운드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된 데는 올 초 극장가를 강타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영향이 크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의 주역 중 한 사람이었던 그는 극장에서 그 영화를 두 번 봤다. 몰입감이 엄청났다. 코트를 누비는 주인공들을 따라, 30년 전 그때로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영화 속 캐릭터 가운데 그가 가장 크게 감정을 이입한 인물은 ‘패배가 확실해 보이는 순간’ 몸이 부서질 정도로 자신을 희생해 팀을 승리로 이끈 강백호다. 에이스가 아니기에 팀의 궂은일을 도맡지만, 결정적인 순간 리바운드를 통해 경기의 흐름을 바꾼 인물이다. 강백호의 모습에서 지금의 자신을 봤다. 드라마에서도 뮤지컬에서도 그는 아직 ‘작은 배역’을 맡는 새내기 배우다. 아니 ‘작은’이란 말은 옳지 않다. 분량에 상관없이 모든 배역이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자연도 저마다 자신의 역할이 있어요. 팀 생활을 오래 해봐서 알아요. 역할이 작거나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돼요. 드라마도 뮤지컬도 공동작업이기 때문에, ‘나’보다 ‘전체’를 고려하며 작품에 임하고 있어요.”
친환경 실천으로 들어선
‘어른의 길’
그는 환경 분야에서도 자신을 ‘새내기’로 소개한다. 삶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아직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받을 면이 많다. 운동할 때 마실 음료를 텀블러에 넣고 다닌 지는 이제 2년이 됐다. 에코백도 들고 다닌다. 너무 바빠 식사를 잘 챙기지 못하는 그에게 에코백은 하루의 식사를 책임지는 ‘음식 보따리’이자 ‘건강 보자기’다. 쓰레기는 그 안에 담아 되가져온다. 먹고 마시는 일로 환경을 해치는 일이 거의 없는 셈이다. 땀 닦는 수건을 에코백에 넣어 다니니 휴지 사용량도 확연히 줄고, 가까운 곳은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활용하니 탄소를 내뿜는 양도 많지 않다. 환경 새내기치곤 실천의 내용이 매우 알차다.
“지난 2월 촬영차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는데, 거긴 일회용품을 아예 안 쓰더라고요. 공항을 비롯해 지역의 모든 시설에서 다회용품이나 텀블러를 쓰도록 정책이 마련돼 있었어요. 퍽 인상적이었죠. 두 달 뒤 한국환경공단에서 <환경덩크>라는 제목의 유튜브에 출연해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거기에 출연하면서 환경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요. 탄소중립포인트제(전자영수증 발급, 텀블러나 다회용컵 이용 등 여러 친환경 활동으로 인센티브를 받는 제도)에도 가입하고, 에어코리아(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전국 실시간 대기오염도 측정 앱)도 이용해요.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에요.”
환경 실천을 시작한 건 얼마 안 되지만, 자연 속의 삶을 즐긴 지는 꽤 오래됐다. 그는 평소 등산을 자주 한다. 광교산과 청계산을 수시로 오르면서 계절마다 날씨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산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시력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보이는 것’은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예전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새록새록 눈에 들어와서 같은 산을 올라도 그 느낌이 번번이 처음 같다. 그게 못내 감사하다. 날씨가 좋아서, 하늘이 예뻐서, 새순이 고와서…. 당연한 줄 알았던 것들이 문득문득 고마워서 감탄의 숲을 틈틈이 누빈다.
“미세먼지만 없어도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어요. 나이가 들수록 그렇게 되더라고요. 올해 만으로 쉰 살이 됐는데, 이제 비로소 ‘어른’이 된 기분이에요. 환경문제도 어른이 해야 할 일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다음 세대가 살아갈 지구잖아요.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덜 아픈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싶어요.”
땀 흘린 꼭 그만큼의 수확
현재 그는 가수 김경호, 개그맨 윤정수, 전 축구선수 김병지 등과 함께 E-순환거버넌스(구.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의 홍보대사로 활약 중이다. 폐가전을 재활용한다는 취지에 크게 공감한 데다 평소 친하게 지내온 이들과 함께하는 일이라 흔쾌히 해오고 있다. 홍보대사의 활동에는 ‘봉사’도 포함된다. 전국에 있는 저소득층, 사회복지시설, 재난 피해지역 등을 찾아가 세탁기를 전달하는 일이 그것이다.
“수거된 폐가전이 소재별로 다시 활용되고, 재활용으로 비용을 아끼게 된 기업이 소외계층에게 세탁기를 기부하더라고요. 좋은 일에 참여하게 돼서 아주 기뻐요.”
철저한 자기관리로 선수 시절에도 결장한 경기가 별로 없는 그는 은퇴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스스로 정한 일과에 맞춰 여전히 성실하게 일상을 쌓아 올린다. 세상에 얼굴을 알리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두 딸의 아버지이자 한 사람의 배우자로서, 건강하고 착실한 삶을 사는 것이 하나의 책무라고 믿는 까닭이다. 성실도 일종의 ‘재능’이다. 그의 인생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젊은 친구들에게 ‘운’에 기대지 말고 ‘땀’의 가치를 믿으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1을 노력하면 1의 대가가 오는 게 맞아요. 요행으로 무언가를 이룰 수는 있지만, 요행에는 반드시 함정이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해요. 당장은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길 바라요.”
땀 흘린 꼭 그만큼의 수확을 소망하는 사람. 농부의 심성을 닮은 그가 씨앗을 갓 뿌린 농부처럼 미소 짓는다. 우직한 사람 우지원. 그의 ‘정직한’ 미래가 벌써 눈앞에 보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