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 그린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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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청바지의 대변신!
청바지 새활용 클래스
누구나 한 벌쯤 옷장에 있는 청바지.
흔하게 널려있어 쉽게 구매하고 쉽게 버릴 만큼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청바지도 환경오염을 시킬 수 있다.
만약 자신이 청바지를 자주 바꿨다면 잠시 자연에게 사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안 입는 청바지를 버리지 말고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주는 새활용(Upcycling)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글. 김민정 / 사진. 한상훈
청바지도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옷 한 벌을 만드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소재는 과연 얼마나 될까? 전국 60%의 봉제공장이 모여있는 서울에서만 무려 연간 4만 6천 톤에 달한다고 한다. 게다가 빠르게 돌고 도는 유행 탓에 버려지는 의류도 늘어나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자꾸 늘어만 간다. 이 중에는 청바지도 있다.
청바지가 일으키는 환경오염의 원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인디고 염료이다. 이 염료는 색을 내기 위해 인디고를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환원제가 물에 분해되면 폐수를 발생시킨다. 청바지 생산이 늘어날수록 지구가 병드는 셈이다.
한국환경공단 직원들은 청바지 새활용으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자 안 입는 청바지를 하나씩 손에 들고 하우스젠니를 찾았다. 이곳은 폐의류를 재사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기업 젠니클로젯에서 운영하는 업사이클 쇼룸이다. 젠니클로젯은 2020년 ‘환경의 날’ 국무총리상 수상도 했으며, 한국환경공단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로 구성된 ‘인천 지역 공공기관 혁신 네트워크’의 ‘지구를 바꾸는 Blue, 청바지 새활용’ 협업사업을 통해 청바지 새활용 가방을 제작하고 기부하는 일에 참여하기도 했다.
내 생애 첫 바느질
집에서 가져온 청바지는 이젠니 대표에게 기증한 뒤 본격적으로 청바지 새활용 클래스에 들어갔다. 청바지의 평균 폭은 18~25cm 정도여서 가방이나 파우치 등으로 새활용이 가능하다. 오늘 공단 직원들이 도전한 것은 바느질을 이용한 카드지갑. 먼저 겉감이 되어줄 청바지 조각과 안감으로 활용할 셔츠 조각을 고른다. 청바지 조각과 셔츠 조각을 고르는 직원들의 눈이 신중하게 반짝인다. 입가에 걸린 잔잔한 미소가 저마다의 설렘을 드러내는 듯했다.
두 아들을 둔 경영지원처 총무부 이영애 주임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사이즈가 맞지 않는 청바지가 아까워서” 신청했다고 한다. “시간이 된다면 카드지갑을 두 개 더 만들어 아이들과 남편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원단의 빛깔을 유심히 살피는 이영애 주임. 그렇게 모두가 고민을 끝낸 뒤 각자의 앞에 두 장의 천을 올려놓았다.
다음으로 하우스젠니에서 준비한 도안에 맞춰 천 위에 재단선과 시접을 표시하고 가위로 반듯하게 오려내 기본적인 준비를 끝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고개를 숙이고 재단용 펜으로 조심조심 선을 긋는 동안에는 숨소리까지 고요했다.
무사히 가위질도 끝내고 이제 천을 꿰매기만 하면 되는데, 여기서 작은 문제가 있다. 오늘 클래스에 참여한 여섯 명의 직원 중 대다수가 바느질은커녕 바늘에 실도 꿰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 덕분에 모두가 실을 바늘구멍에 넣고 묶는 방법부터 하나씩 배워나갔다.
유일하게 바느질을 해본 Allbaro운영부의 오현미 주임도 “오랜만에 하는 바느질이다 보니 손이 떨려서···”라며 제법 힘겹게 진도를 따라갔다. 하지만 역시 경험자답게 다른 직원들보다는 비교적 능숙해 보였다. 낯설고 당황스러움을 가장 많이 드러낸 사람은 수생태복원부 이대교 대리. 유난히 말수도 없고 집중한 모습이 긴장한 초보자의 모습 그 자체다. 이대교 대리는 “개인적으로 남들에게 없는 나만의 것을 갖는 걸 좋아한다”면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물건을 새활용을 통해 만들게 되면 더욱 의미 있을 것 같아 신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바느질이 처음이라 너무 어려웠다”며 “그래도 하다 보니 실력이 늘어난 것 같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 말마따나 제법 바느질이 손에 익숙해졌는지 처음에는 자신의 손에만 집중하느라 입은 꿈쩍도 않던 직원들이 점차 서로의 진행 상황을 물어보거나 소소한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먼저 과정을 끝내면 옆에 앉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오늘 클래스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음에도 함께 머리를 맞대거나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등 처음에 비해서 사이가 꽤 가까워진 한국환경공단 직원들. 그래도 설명을 들을 때에는 모두 말없이 집중한 모습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지갑
나풀거리던 천 조각이 몇 번의 손길을 거치고 나니 얼추 카드지갑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직원들의 얼굴에 뿌듯함이 감돌았다. 그것도 잠시, 창구멍으로 조심스럽게 천을 뒤집는 게 쉽지 않았는지 직원들의 이마에 금방이라도 땀방울이 맺힐 듯했다. 마침내 안과 밖이 뒤집히자 확실히 카드지갑이라는 티가 난다.
이제 남은 과정은 단 두 단계. 공그르기로 창구멍을 막은 뒤 똑딱이 단추만 달면 완성이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하여 바느질을 하는 직원들. 한 시간이 넘도록 손에 쥐고 있던 바늘을 내려놓고 나서야 숨을 크게 내쉰다. 단추가 달리는 것을 기다리는 사이 직원들은 그제서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었다.
Allbaro운영부 이세라 주임은 “매일 사무실에만 있다가 이런 체험은 처음 해봤는데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며 “처음 뵙는 직원분들이랑 친해진 것 같아서 즐거웠다”고 웃음 지었다. 같은 부의 김명선 주임은 동료가 체험을 권한 덕에 신청했다며 클래스가 끝난 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새활용에 대해 “청바지로 지갑을 만들 듯 안 입는 옷으로 무언가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중에 딸아이가 크면 같이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노사협력부의 김윤정 주임은 “이번 체험을 통해 주위에 새활용 제품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서 “의류 등을 수거해서 새활용하는 업체가 있다면 수거 업체에 전달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동참해야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사는 것 말고,
새것처럼 새활용하기
기다림 끝에 완성된 카드지갑 여섯 개. 크기와 모양은 같지만 겉감과 안감의 색과 무늬, 천의 두께까지 전부 조금씩 달랐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만들었음에도 자신만의 카드지갑을 갖게 된 것이다. 완성된 카드지갑을 든 채로 나란히 서 있는 직원들의 얼굴빛이 밝다.
의류 산업이 빠르게 발달하고 변화하면서 동시에 버려지는 옷과 낭비되는 원단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마냥 새것만 찾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이미 만들어진 것을 활용하여 새롭게 만들어내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새활용하기 좋은 것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하나의 새활용을 실천한 직원들처럼.
<자연가까이 사람가까이>
독자들께 한마디
총무부 이영애 주임
새활용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주변의 것으로 활용이 가능하니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 주위를 돌아보아요.
노사협력부 김윤정 주임
이렇게 재미있는 체험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야가 넓어지고 못 해보았던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수생태복원부 이대교 대리
저만 남자라 오기 전에 고민했는데 막상 와보니 다들 편하게 대해주셔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바느질이 의외로 재밌었어요. 남자 동기들에게 추천합니다!
Allbaro운영부 김명선 주임
이런 체험을 하게 되면서 마음이 안정되는 것도 느낄 수 있고 재미도 있고 뿌듯하니 많이 참여하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한 번 환경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Allbaro운영부 오현미 주임
오랜만에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되어 재밌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경험해보는 기회가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Allbaro운영부 이세라 주임
새활용 체험이 있다면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친구들 또는 가족들과 같이 참여해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