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그린 생각 2
음성안내
소비라는 거울에
나를 들여다보다
소일 작가
‘소비가 미덕’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를 줄이고 정말 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최소주의자(미니멀리스트)다.
환경과 나를 위한 생활방식은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이는 삶을 살 수 있는지 소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글. 정미래 / 사진제공. 소일 작가
자연재해 앞에서
최소주의를 고민하다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9.0 규모의 대지진이 일어났던 2011년 당시, 소일 작가는 일본에서 살았다. 대지진은 삶의 터전을 한 번에 앗아갔다. 무서운 속도로 밀려오는 초대형 쓰나미가 높은 건물조차 순식간에 덮치면서 도시는 물에 잠기고 전기는 끊겨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바닷물이 빠진 그 자리에 온전히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거대한 자연재해로 인해 도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소중한 생명이 꺼지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소일 작가는 이때 소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소일 작가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생기면서 당시 일본 내에서는 최소주의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물건이란 평소에는 꼭 필요하지만,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속에서는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져나갔어요. 크거나 날카로운 물건은 우리를 다치게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소중했던 물건들이 사라지는 건 정말 한순간이더라고요.”
소일 작가는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에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뒤엉켜 쓸려가는 것을 보며 허무함을 느끼었다고 한다. 이 허무함은 자연스레 최소주의에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그리고 소일 작가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 생활이 익숙해질 즈음, 다시 한 번 더 자연재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해준 사건이 일어났다. 2016년 경주 지진이었다. 5.8 규모로 우리나라 지진 관측 후 최대 규모였는데 수원에 살던 소일 작가가 느낄 정도로 강력한 지진이었다.
“당시 저는 우리나라가 지진에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지진을 직접 겪게 되니 본격적으로 최소주의를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렇다면 최소주의란 무엇일까. 소일 작가는 “내가 정말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 다시 말해 내 삶의 알맹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최소주의”라고 말했다. 우리 삶에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습관적으로 구매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제가 정말 좋아하고 즐겨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을 내가 좀 더 소중하게 여기는지 생각해보고 또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는 과정을 거쳤어요. 그 과정을 거치면서 제 삶을 좀 더 풍성하게 채워가고 있는 것 같아요.”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는 없다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며 자의든 타의든 쓰레기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소일 작가는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는 없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와 사회의 쓰레기 발생은 전세계적인 문제기에 조금씩이라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재사용해야만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하나 밖에 없잖아요. 이런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좀 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야 하지않을까 싶어요.”
사실 ‘쓰레기’라는 단어는 주관적인 단어다. 다른 이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이라도 나에게 필요 없다면 그것이 바로 쓰레기이다. 소일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불필요한 물건들을 덜어냈더니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쓰레기도 줄어들었다며 “삶이 가벼워진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소일 작가가 추천하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 꿀팁은 무엇일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도 많고 사람마다 방식도 다르지만 소일 작가가 실천하는 가장 첫 번째 원칙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일회용품은 정말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대신 쓰레기도 많이 만들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회용품을 안 쓰기 위해 최대한 보이지 않는 곳에 일회용품을 숨겨놓아요. 그리고 다회용품 같은 것들은 제 손에 잘 닿는 곳에 일부러 두어서 다회용품을 쓰도록 하는 거죠. 그러면 좀 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 같아요.”
부담은 줄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실천하는
제로 웨이스트
소일 작가는 ‘제로 웨이스트’라는 말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한다. 시대의 사명처럼 느껴지는 탓에 반드시 지켜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도 든다. 완벽하게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살아가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소소한 것부터 꾸준히 실천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우리가 개인당 100개의 쓰레기를 만든다고 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1개만 줄여도 100분의 1만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함께 실천해 나간다면 아주 작은 실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너무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하며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하루를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