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그린 생각 1
음성안내
기후변화 시대,
위기를 딛고 희망으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
어떤 이들 중에는 옳은 말을 해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어쩌면 일부러 외면하려 했던 걸지도 모른다.
빠르게 경제성장만을 쫓던 과거의 대한민국에게 홍종호 교수는 조금 불편한 존재일 때도 있었다.
홍 교수는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기후·환경경제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로 활동해왔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기후와 환경이 전 지구적 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홍 교수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영원히 만나지 않을 것 같던 평행선 같은 환경과 경제가 동반자가 되어버린 지금 대한민국은 어떻게 위기를 딛고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글. 정미래 / 사진. 한상훈
기업의 환경문제 대응은 필수
홍 교수가 공부를 시작하던 1980년대 그리고 학위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1990년대까지도 우리나라 산업계나 학계 등 모두가 환경과 경제는 함께 성장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을 뒷전으로 미뤄놓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기업들부터 경제와 환경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인식하기 시작했고, 기후변화 문제 역시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경제와 환경은 이제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계되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야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가 없어지게 되었다며 웃었다.
“특히 산업계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최근에는 기후위기에 따른 시장의 변화 또 규제 방식의 변화에 잘만 편승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다고 보고 관련된 기술 개발이나 기술혁신으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의 화두인 ESG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한 기업에 대한 평가가 주로 재무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비재무적인 기준들이 평가의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재무적인 기준만으로 기업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ESG를 선도하는 건 기업을 둘러싼 가장 큰 이해관계자인 소비자와 투자자입니다. 소비자와 투자자의 입장에서 과연 내가 어느 기업의 물건을 사고 어느 사업에 투자를 할 것인가 고민했을 때 좁은 의미의 재무적인 기준을 넘어 비재무적인 기준까지 들여다보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논의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최근에 화두가 된 것은 기후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이고 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 세 가지로 구체화된 것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환경문제이다.
태어나보니 기후위기 시대였다
최근 전 세계의 많은 청년들이 기후문제와 환경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가뭄이나 홍수, 산불 등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기후와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홍 교수는 그럼에도 외국의 청년층과 우리나라 20~30대 청년층은 다소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환경이나 기후문제보다는 당장 내 앞의 현실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년층은 당장 먹고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세대예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불안감이 있죠. 대신 정말 환경이나 기후문제를 자신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며 결집하는 청년들도 존재합니다. 그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태어나보니 기후위기 시대였다고요. 이런 청년들이 기후문제를 중심으로 정부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모습을 보며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후·환경문제에 관한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40~50대가 환경문제에 높은 관심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민주화시대를 겪으며 환경도 하나의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20~30대와 기후·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40~50대의 마음이 모인다면 기후위기 시대를 기후기회의 시대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후문제가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
최근 홍 교수가 출판한 책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에서 ‘기후를 하나의 새로운 경제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환경과 기후가 소비자의 소비 행위나 생산자의 생산 행위를 바꾸고 개혁하고 전환하는데 중요한 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 분야에서 배출하는 탄소의 규모와 전력 사용량의 비중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이고 에너지 집약적이며 이를 기반으로 경제 발전이 이루어진 나라기 때문에 이러한 결론이 나온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계가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탄소 문제, 전기 소비 문제는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단순히 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전기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다. 우리나라도 탈탄소 경영, 탈탄소 생산을 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는 우리 기업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탄소중립 시대가 우리나라에게 작은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비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빨리 깨닫고 변화를 모색한다면 탄소중립은 우리나라에게 새로운 기회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홍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걱정 중 하나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라고 했다. OECD 38개국 중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압도적인 꼴찌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20% 이상이다.
“저는 재생에너지 부분만큼은 우리 민족 특유의 ‘빨리 빨리’ 정신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가 RE100으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2030년에는 한국 기업은 해외로 나가고, 해외 기업은 우리나라에 투자하지 않는 상황이 될 겁니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국민들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이는 국민 모두의 문제고, 앞으로 자라날 자녀들의 문제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인 역량을 쏟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2020년대는 경제와 환경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시대다. 공평한 저울처럼 환경도 지키고 경제 성장도 이루는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소임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