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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스러운 기업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보는 게 낯설지 않다.
자신의 몸보다 훨씬 무겁고 큰 폐지 더미가 담긴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쉽사리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 기업이 있다. 바로 러블리페이퍼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자원재생활동가로 인정하고 동료가 되어 함께 성장하는 기업,
러블리페이퍼의 기우진 대표를 만나 지구를 위한 행동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글. 정미래 / 사진. 한상훈
폐지 수거 어르신들을 위해 뭉치다
러블리페이퍼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우진 대표는 대안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다. 한창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경제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났고, 기 대표도 지역에서 하는 사회적 경제 아카데미라는 곳에서 수업을 들었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사회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내용을 배웠단다.
“그 교육 덕분에 폐지 수거 어르신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분들의 처우나 근로환경이 하나의 사회적 문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알면 알수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였고, 이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고 생각했습니다.”
기 대표는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였고, 가장 먼저 ‘종이나눔운동본부’라는 NGO겸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종이나눔운동본부는 청년과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노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다.
처음은 단순히 봉사자들이 수거한 폐지를 모아 고물상에 팔고 그 돈으로 어르신들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종이가 많이 나오는 학교나 학원 등을 찾아가 수거하였지만 곧 한계에 봉착했다. 시작할 때 1kg에 140원이었던 종이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르신들을 도우니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더 체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폐지를 우리가 사서 무언가를 만들어 판매하면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였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대학생 5명과 의기투합하여 2016년 러블리페이퍼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러블리페이퍼의 첫 작품은 바로 폐지로 만든 캔버스다. 사실 러블리페이퍼의 캔버스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일반 캔버스보다 5배 정도 비싸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가격이 비싸면 판매가 되지 않겠다고 판단한 기 대표는 재능기부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러블리페이퍼의 취지를 알고 4시간 만에 150명의 재능기부 작가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지원했다.
친환경, 친고령기업 러블리페이퍼
러블리페이퍼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사회적 기업이기도 하지만 친환경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러블리페이퍼가 만드는 1호 캔퍼스를 400개 만들면 나무 1그루가 보존되고, 캔퍼스 1개당 17g의 탄소가 절감된다. 이후 폐지 외에 종이 쌀포대와 호텔에서 버려지는 침대 시트를 수거하여 페이퍼레더를 만들어 가방이나 지갑, 돗자리 등도 제작하고 있다.
현재 러블리페이퍼에서 자원재생활동가로서 활동하는 어르신들은 총 12명이다. 6명의 어르신은 일주일에 1번 최대 30kg의 폐지를 납품하고 또 다른 6명의 어르신은 페이퍼 캔버스를 제작한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은 하루에 14km를 걸으시면서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의 노동을 하세요. 어르신들의 소득이 늘어난 것도 기쁜 일이지만 더 기쁜 일은 어르신들이 정서적으로 많이 변화됐다는 점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게 바로 공동체에요. 혼자 있으면 외롭거든요. 저희 어르신 중 한 분께서 여기에 오면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있어서 설레고 즐겁다고 말씀하셨을 때 무척 뿌듯했습니다.”
기 대표는 앞으로 러블리페이퍼가 사회적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스피커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비록 사회적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좀 더 많은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삶이 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러블리페이퍼가 하고 있는 일은 어쩌면 너무도 작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은 것이 모여 큰 변화를 일으키듯이 러블리페이퍼가 지속적으로 활동한다면 노인문제나 환경문제도 분명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을까.